“토론이 토론이 아니었다” 역대급 진흙탕 싸움

2025-05-28 13:00:32 게재

세 차례 TV토론 마무리 … 비전·정책보다 과거 의혹 소환하며 난타전

이준석 후보 ‘여성 혐오’ 성적 욕설 옮기며 논란 자초 … “너무나 폭력적”

후보 측은 자화자찬 “굳건한 태도” “탁월한 논리” “왜곡된 성의식 지적”

“국민들이 나라 걱정 안해도 되는 대통령 뽑고 싶어서 토론 세 번을 다 봤다. 그런데 마지막 토론은 정말 토론이 아니었다. 다 자기 얘기만 하니 이 사람들이 과연 계엄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였던 전직 대통령하고 뭐가 다를지 생각하게 되더라.”(65세 택시기사 이모씨)

토론 위해 자리로 향하는 후보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진 6.3대선 마지막 TV토론에 대해 시민들과 정치권 반응이 싸늘하다. 비전은 없고 네거티브만 있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후보 캠프에서는 자당 후보들의 강점을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TV토론에서 상대 후보 물고 뜯기에 가장 여념이 없었던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였다. 이 후보는 주로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 등을 가져와 공세를 펼쳤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토론에서 ‘호텔경제론’을 설명하며 내세웠던 외국 학자 루카스 차이제의 과거 이력(독일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을 적시하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이준석 후보는 “기관지를 읽고 아시는 것인지 어떤 경로로 루카스 차이제의 사상을 접하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문제삼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종북몰이하듯 공산당몰이를 안 하면 좋겠다”며 “루카스 차이제가 어떤 사상이 있는지 관심 없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던 이준석 후보는 형수 욕설과 이재명 후보 장남이 과거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원색적 여성 혐오 욕설도 언급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제가 아니라 형님이 어머니한테 한 말”이라면서 “제 부족함에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 욕설에 대해선 “이준석 후보는 정부의 앞으로 나아갈 길, 국민의 더 나은 삶 이런 것보다는 신변잡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의 여성 혐오 욕설 인용은 장외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 현장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내면서 저열한 언어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욕설이 ‘여성 혐오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을 이준석 후보에게 받았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토론회 후 글을 올려 자신이 받은 충격을 전했다. 권 후보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겠다는 의도로 여성혐오 발언을 공중파 TV토론 자리에서 필터링 없이 인용한 이준석 후보도 여성혐오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너무나 폭력적이다. 토론을 누가 듣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었을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질문에 권 후보가 답변을 피한 점을 지적하며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 추상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수석 대변인은 “후안무치가 젊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마지막 토론에선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공방에 불이 붙으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는 잠시 가려질 정도였다.

김 후보는 이날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되면 재판중지법을 만들고, 공직선거법도 바꾼다고 한다. 대법관수를 30명, 100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황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의 계엄과 내란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김 후보가) 내란행위 아니라고 우기시더라. 어떻게 내란이 아닐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는 “내란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니 재판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치 전문 평론가들도 이날 토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28일 CBS라디오에서 “역대급 네거티브 공격이 오간 것에 놀랐다”면서 “특히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운운 발언은 앞으로 20년 이상 정치할 텐데 (이 후보를) 계속 쫓아다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후보 캠프에선 자당 후보들의 장점을 칭찬하는 성명을 내놨다. 민주당은 “진짜 대한민국을 열어 나갈 지도자로서 굳건한 태도를 보여드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탁월한 논리와 압도적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대선 판세의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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