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16년만에 재개발

2025-05-29 13:00:01 게재

백사마을 정비계획 확정, 3178세대 단지

주민 이주·철거 진행 중…연내 착공 예정

서울 속 오지,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백사마을 재개발이 시작됐다.

시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이 오랜 진통 끝에 이달부터 본격화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8일부터 철거가 시작된 가운데, 아직 이주하지 않은 주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사업 논의가 시작된지 16년만이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 재개발이 본격화된다. 현재 철거와 이주가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 3178세대 대단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경기도 경계인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은 과거 주소인 산 104번지 일대에 집단이주가 이뤄지며 백사(104)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1960년대 산업화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청계천변 등 무허가 정착지가 개발됐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대거 시 외곽으로 집단 이주했다. 백사마을도 당시 이주민들이 정착했던 곳이다.

타 정착지들은 1990년대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지만 백사마을은 예외였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백사마을은 “마실 물도 전기도 없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고 그나마 1980년대 들어서 공동 수도 지원이 이뤄지면서 생활 여건이 조금씩 나아졌다. 법개정에 따라 2008~2009년 일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재개발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후로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2009년 첫번째 개발계획이 수립돼 정비구역을 지정됐지만 주민 간 갈등, 시행사의 사업 포기 등 문제들이 반복되며 번번이 사업이 좌초됐다. 2023년 백사마을 재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단순한 대단지 조성이 아닌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 현실적인 이주대책 등을 고민했고 진통 끝에 지난 4월 새 정비사업 계획이 확정됐다.

◆세대수 늘려 사업성 올리고 임대주택도 확보 = 백사마을 재개발은 주민과 공공 사이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례다. 저소득층 주민 이주대책 및 입주를 위해 주택 매매 가격을 현실화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정비사업 계획을 최종 합의하기까지 주민과 서울시, 관계 전문가들은 150회 이상 소통했다. 수용과 철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강제 이주 등 문제 개선을 위해 끈질기게 만났고 결국 올해 3월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에서 참석 주민 95% 이상 찬성으로 정비계획 변경안에 합의했다.

이번 계획을 통해 백사마을은 지하 4층, 지상 35층 총 3178세대 대단지로 바뀐다. 산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은 자연 친화형 단지로 조성하는 기반이 됐다.

기존 계획은 2437세대였지만 741세대를 추가 확보해 사업성을 개선했고 저소득 주민의 입주 기회를 확대했다. 분양과 임대 단지가 구분됐던 기존 계획을 없애고 이른바 ‘소셜믹스’를 도입해 입주민 간 위화감도 해소한다. 불암산 경관을 고려한 공공보행 통로, 개방형 공간 중심의 커뮤니티 시설 등 최신 건축 디자인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백사마을은 철거가 진행 중이며 23세대를 제외하면 이주까지 마친 상태다. 노원구에 따르면 원주민 가운데 분양대상자는 약 1260명, 임대주택 입주 예정자는 2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주대책을 완료하고 올해 안에 첫삽을 뜰 예정이며 2029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구 관계자는 “계획대로 단지가 조성되면 서울 마지막 달동네의 극적인 변신 사례로 많이 회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재개발 사업이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모든 주민이 원하는 자연친화 주거단지 계획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만큼 재개발 사업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