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대응 가능한데 회생절차 신청”

2025-05-29 13:00:29 게재

한기평, 홈플러스 회생 신청 분석

책임경영보다 단기적 실리 우선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인수 금융을 활용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인수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생 신청 당시 단기 유동성 대응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기업회생절차를 이용해 차입금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PEF의 차입 인수구조가 가진 취약성과 책임경영보다는 단기적 실리를 우선시하는 경영 의사결정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2025년 1분기 부도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에 대해 “당시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는 열위한 수준이었지만, 약 15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리스부채(3조8501억원)·사용권자산(2조8678억원)을 제외한 조정 총자산은 5조9176억원, 조정 총부채는 4조6700억원 수준, 조정 차입금은 약 1조4633억원으로 단기적 유동성 대응 여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회생절차 신청 당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유지되고 있었고, 재심 자료로 제출된 MBK파트너스의 자금 보충 계획 등을 감안할 때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즉각적으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았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는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기보다는 법원의 구조조정 시스템(기업회생절차)을 활용해 차입 부담을 경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사례는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차입 부담이 피인수기업에 전가되었으며, 이는 사업경쟁력 약화와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진 사례다. 한기평은 “홈플러스는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점포 매각 및 세일즈 앤 리스백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하고 투자 규모도 축소해 상당한 자금이 배당으로 유출됐다”며 “그 결과, 온라인 중심의 소비트렌드 변화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였고, 이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한 명목으로 기습적인 회생절차를 신청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는 통상적인 회생신청 사례와는 다른 행태다. 한기평은 “자산가치 등을 활용한 유동성 대응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채무조정 절차를 활용해 차입금을 감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향후 PEF가 인수하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더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기평은 “인수금융의 구조 및 규모, 그에 따른 재무부담의 전이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자금유출로 인한 사업경쟁력 저하와 재무부담 심화 가능성도 감안해 신용등급을 적시에 조정하는 등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실적이 부진할 경우 법원의 채무조정 절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 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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