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과학예산 삭감, 민생에 치명타
기상예보, 질병통제, 환경 규제 등 핵심 서비스 축소 일반 국민 피해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연구 예산 삭감과 연방 인력 축소가 미국 전역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후 재해 예측부터 감염병 통제, 공기 오염 규제까지 미국 내 과학기반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직접 전가되고 있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매일 두차례 대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상관측용 기구를 띄워 정밀한 날씨 예보를 제공해왔지만, 최근 인력 감축으로 기구 발사를 하루 한 번으로 줄인 사무소가 생겨났다.
켄터키주 잭슨 사무소는 야간 근무조조차 꾸릴 수 없어, 최근 토네이도 피해 당시 19명이 사망했음에도 제때 경고를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지진 발생 시 국민에게 경보를 발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2인 1조로 운영되던 감시 인력 중 한 명이 2월 정리해고 되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이 생기고 있다. 전 센터 직원 카일라 베송 박사는 “번아웃은 예전부터 문제였고, 이제는 실수 가능성이 치명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내 HIV 감염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던 ‘의료 모니터링 프로젝트’는 17인 팀원 중 16명이 해고되며 종료됐다. 이 프로젝트는 각 주의 보건 당국이 감염자 치료와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돼 왔으나, 현재는 관련 데이터가 전무한 상태다. HIV 관련 전체 연구도 중단됐고, 기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조금도 다수 끊겼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HIV 진료소인 ‘임파워먼트 리소스 센터’는 CDC의 40만달러 보조금이 5월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어 운영 중단 위기에 몰려 있다.
센터장 재클린 브라운은 “이제는 누구를 포기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HIV 감염률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보호청(EPA) 역시 감축 대상이다. 리 젤딘 EPA 국장은 이달 초 연구부서인 ‘연구개발국(ORD)’을 폐지하고 직원 수를 25%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부서는 대기오염 규제 근거가 되는 독립적 과학 데이터를 축적해왔으며, 1970년 설립 이후 미국 내 주요 오염물질을 80% 가까이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과도하게 조심스러운 모델링”과 “좌파 기후 연구”라고 규정하며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삭감할 예정이다.
이러한 삭감 조치는 과학자 및 전문가 엘리트층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상 재해 경고나 질병 치료 등 국민 다수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사용되던 서비스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책 전환 조짐은 아직 없다. 과학 기반 행정의 축소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지를 정부가 깨닫기까지, 미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 상황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