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예측 넘어선 양자컴퓨팅 기술의 미래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의 발전이 전문가들이 초기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Quantum)란 원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광자(빛) 등의 작은 입자들에 대해서 측정 가능한 에너지 운동량 질량 속도 위치 등과 같은 물리량을 의미한다. 이 값들이 실수처럼 연속적인 값이 아니라 정수처럼 불연속 즉 이산적인 값으로만 측정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물리나 화학 시간에 '양자수'라는 것을 배웠다. 원자핵 주변에서 운동하는 전자의 물리량을 측정하면 '주 양자수(n: 1, 2, …) - 방위 양자수(l: 0, 1, 2, …,n-1) – 자기 양자수(m: -l, -l+1, …, -1, 0, 1,…, l-1, l ) – 스핀 양자수(up, down)'라는 식으로 전자의 상태를 기술할 수 있음을 배웠을 것이다.사실과는 다르지만 전자의 스핀이란 '전자의 자전'으로 개념상 비유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하면 자전방향이 반시계 방향, 시계 방향의 두가지가 있을 수 있고 이들을 각각 업-스핀, 다운-스핀으로 말할 수도 있다. 어떤 전자의 스핀은 '업'일 수도 '다운'일 수도 있는데 과연 둘 중에 어떤 것일지는 실제로 측정해봐야만 알 수 있고 측정 전에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만 한다. 바로 '양자중첩'이라는 개념이다.
양자컴퓨팅 강력함'중첩'과 '얽힘'에서 비롯
한편 미시의 세계에서 닫혀진 하나의 시스템 내에는 여러 물리량들의 조합 즉 양자수가 모두 동일한 개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공존할 수 있는 개체들을 '보존'이라고 부르고 공존할 수 없는 개체들은 '페르미온'이라고 부른다.
전자는 페르미온이기 때문에 하나의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들 가운데 동일한 양자수들을 가지는 경우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데 이 것이 바로 '파울리의 배타원리'다. 만약 어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 가운데 동일한 '주양자수-방위양자수-자기양자수'를 가지는 전자가 오직 2개만 있는 경우에 이 두개의 전자들 가운데 하나가 업-스핀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무조건 다운-스핀이 되어야만 한다. 이 개념이 바로 '양자얽힘'이다. 양자컴퓨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강력함의 근거는 '양자중첩'과 '양자얽힘' 이 2가지 성질에서 나온다.
현대의 디지털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한번에 0 또는 1이라는 하나의 데이터 즉 1개 '비트'를 처리한다. 그런데 양자에는 0과 1을 동시에 실어서 보낼 수 있다. 양자중첩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종 단계의 검출에서 특정 양자의 정보가 0인지 1인지를 판별하면 양자얽힘으로 인해 그 양자와 얽힘관계에 있는 다른 양자의 상태도 동시에 알게 된다.
1994년 벨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던 피터 쇼어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조합론적 폭발'을 야기시키는 '소인수 분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불을 지핀 성냥 역할을 했다. 현대의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암호화 알고리즘은 '소인수분해 하기 어려운 수'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전세계의 거의 모든 암호를 짧은 시간내에 다 풀어 버릴 수 있다는 게 쇼어에 의해 증명됐다. 이후 현재까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서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고안된 알고리즘은 대략 60여 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 언젠가 모두 해결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양자컴퓨터가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가 풀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까지는 두 가지 컴퓨터 모두 필요하다.
거의 모든 암호 짧은 시간내 풀 수 있어
천재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이 1988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수년 동안 칼텍에서 자신의 양자컴퓨터 개념 강의를 진행했다. 여기서 그가 제시한 양자컴퓨터 개념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이 한가지 있다.
현대의 전자를 활용하는 디지털 컴퓨터는 전자가 전압이 걸려있는 전기회로를 따라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전압강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강하된 만큼의 에너지는 외부에 열로 방출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외부로 방출되는 열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즉, 냉각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 없는 컴퓨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