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2대 경제정책 과제는 내수부진·트럼프관세 대응
어느 후보가 되더라도 대규모 추경 나설듯
‘0%대 성장률 전망’ 속 추가재정 투입론 ↑
트럼프 관세 대응 첫 단추 어떻게 꿸지 주목
“시간은 한국 편, 지혜롭게 협상해야” 지적도
6.3 대통령선거 직후 출범할 새 정부는 어느 때보다 엄혹한 경제여건에서 출범한다. 밖으로는 ‘트럼프 관세전쟁’에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안으로는 구조적 성장절벽 앞에서 꺼져가는 한국경제를 심폐소생해야 한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정부에서 경기부양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선 즉시 내수진작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소 30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30조원 추경을 공약했다.
누가 당선되든 추경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예산당국도 대선 이후 곧바로 추경 편성 작업에 나설 대비를 하고 있다.
◆비관세장벽 논리, 미국의 일방주장= 우선 미국과의 ‘통상 해법 찾기’가 새 정부 초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침체가 이어진 핵심원인이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위축이어서다. 수출분야 해법 없이는 저성장 탈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미 재무·통상장관급 ‘2+2 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8일까지 ‘7월 패키지’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일정대로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작 미국 내에서 관세 이슈를 둘러싼 행정부와 법원의 공방도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은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급 경제외교를 통해 어떻게 공감대를 마련할지가 관심사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미국과의 협의는 ‘양국 입장 확인’ 성격에 그쳤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상급 외교’를 통해 한 차원 높은 거래가 가능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제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시행 중단을 명령한 전날 연방 국제통상법원(CIT)의 1심 판결 효력을 일시 보류시켰다. 미국 내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물가를 규탄하는 분위기가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의 일방관세에 대한 중국과 EU 등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여유를 깆고 지혜롭게 대응하라는 지적이다. 기재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의 ‘비관세장벽’ 논리는 미국의 일방 주장”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선수가 바뀌었으므로 하나하나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새 정부 ‘1호 경제정책’은? =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누가 집권하든 곧바로 대규모 추경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 지난달 30일 발표된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25%)가 발효된 자동차를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투자와 소비를 비롯한 내수 지표 부진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0%대 성장 전망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나란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0.8%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치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재정을 투입하자는 의견이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이나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검토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0%대 성장률을 전망하는 상황이라면 재정 건전성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경기파급효과 검증된 사업 중심 = 추경의 성패는 경기파급 효과가 큰 사업들을 어떻게 추리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파급 효과와 재정승수가 검증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투입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 계층 지원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기 파급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업, 관세전쟁으로 직격탄을 맞는 수출기업 지원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내수 부양이 급하다. 외식·자영업 전반을 옥죄는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갑질, 극단적 정치불안과 맞물려 위축된 소비심리, 임시공휴일이나 연휴마다 불어나는 해외여행 수요,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및 과도한 가계대출·사교육비 등 사회적 이슈까지 하나같이 내수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난제들을 수술대에 올리는 동시에 초단기적으로는 빈사 상태에 빠진 내수 부문에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지난달 의결된 13조8000억원의 ‘필수 추경’이 산불피해 복구와 통상·인공지능(AI) 및 민생 지원 중심의 ‘급한불 끄기’였다면, 차기 정부에서 편성되는 2차 추경은 내수진작에 강조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