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는 한강조망 안된다고?

2025-06-02 13:00:07 게재

조합 반발, 서울시 후퇴

공공성 vs 사업성 ‘충돌’

서울 재건축 사업에서 한강뷰 임대 아파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세훈 시장 지시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동·호수를 섞는 이른바 ‘소셜믹스’ 원칙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부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서 한강 조망권이 있는 위치에 임대아파트를 배치하는 문제를 두고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3지구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가 벌금 20억원을 내는 대신 소셜믹스 원칙을 고의로 위반한 사례가 나온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분양과 임대를 섞어 함께 추첨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동·호수로 분리 추첨한 것이다. 서울시가 조합에 벌금 형태로 기부채납을 추가 징수하는 방식으로 수습에 나서자 비슷한 상황의 타 재건축 단지에서 ‘우리도 벌금 내더라도 한강뷰 임대아파트를 없애 분양수익을 올리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당초 임대와 일반분양 사이에 조망권 차별을 두지 않으려 했던 서울시는 조합들 반발이 거세지자 유연한 적용 방침을 세우고 한발 물러섰다. 시는 “소셜믹스 원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방향을 전환해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공공기여 축소, 담장 두르기, 노인시설 기피 등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던 오 시장이 방향을 선회한 건 재건축 사업 속도 때문이다. 조합 반발로 사업 추진이 늦어질 경우 전반적인 재건축 속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임대아파트를 한강뷰에서 제외하는 것이 양극화가 심한 사회 풍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의 본질은 공공이 용적률을 제공하고 민간의 재산증식을 돕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주택공급과 공공성을 위한 임대주택도 늘리는 게 우리나라 재건축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재건축 조합은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아파트로 제공해야 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단지 비대화로 주변 교통·환경 등에 영향을 끼치게 된 만큼 공공기여를 늘리라는 의미다. 일부 단지에서 내세우는 “한강뷰 임대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된다”는 반발은 과도한 주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강뷰 임대를 문제삼고 있는 한 단지의 경우 전체 300세대 가운데 27세대가 임대이며 이중 10세대가 한강뷰를 갖게 됐다. 일부 손해가 있겠지만 10세대 때문에 전체 사업성이 악화된다는 주장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형평성도 문제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단지들은 한강조망권이 있는 동·호수를 추첨에 따라 이미 임대로 배정했다. 반발한다고 주택정책을 뒤집으면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재지정과 같은 행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 안팎에선 이참에 단순 추첨에 의한 동·호수, 세대 배정 등 기존 방식의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차별을 방치하는 ‘한강뷰 임대아파트 배정 제외’ 대신 제도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서울시 한 관계자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공공성 확보에 앞장서야 할 서울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전달될 수 있다”며 “토허제 논란으로 시장에 혼란을 준 사례가 있는 만큼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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