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 부산의 선택은?

민주당 ‘40% 벽’…보수 막판 결집

2025-06-02 13:00:59 게재

민주당 “역대 대선 최다 득표율 목표”

국민의힘 “샤이보수 10% 이상 전망”

“산업은행도 글로벌허브도시법도 다 모른 체 하더니 이제 와서 무슨 해수부 이전이고.”

1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부울경 지역 유세에 지지자들이 모였다.

1일 저녁 부산역 광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부울경 지역 유세가 열렸다. 사진 곽재우 기자

이날 유세의 계속된 구호는 ‘해수부·HMM·동남투자은행’이었다. 민주당이 부산 민심을 돌리기 위해 내세운 핵심 지역공약들이다.

그러나 동구 초량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모씨(여·65세)는 “그렇게 하자고 요구한 건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진짜 부산을 위하는 건지 진정성이 없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나섰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마지막 지역유세를 2일 오후 부산역으로 택했다. 수도권에 이어 최대 유권자를 가진 부울경 지역의 중요성 때문이다.

부울경 지역의 지난 20대 대선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격차는 20%에 달했다. 표 수로는 98만표였다.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이 0.73%p 차로 24만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만약 민주당이 부울경에서 5%만 지지율을 더 올렸다면 당락이 뒤집힐 수 있었다.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이 부울경 지역에서 한 번도 넘지 못한 대선 40% 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울경에서 40%를 넘으면 압도적 승리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모두 가장 큰 난관은 지역의 냉소적인 분위기다. 대선 투표일이 불과 하루 전으로 다가왔지만 부울경 지역의 투표 분위기는 소위 ‘이재명’도 싫고 ‘김문수’도 싫다는 정서를 보이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 외식업을 하는 김 모씨(남·62세)는 대선 분위기에 대해 “다 꼴도 보기 싫다”며 “투표 안 할 거다”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보수층에게 더 위기다. 회사원인 정 모씨(남·53세)는 “이미 다 끝난 판 아니냐”며 “해 볼 만 해야 투표할 마음이라도 생길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쉰다.

투표장에 나가더라도 제3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는 이들도 상당하다. 남구 대연동에 사는 최 모씨(여·75세)는 “기대할 것이 뭐가 있나”며 “차라리 젊은 ‘이준석’을 찍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수층 내에서 계엄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고 투표를 머뭇거리게 하는 정서가 강하게 형성된 탓이다.

반면 진보층은 기류가 크게 변했다. 해운대구 재송동에 사는 회사원 김 모씨(여·52세)는 “투표를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 분위기가 돌아섰다”며 “계엄을 경고용이라며 희화화하고 반성하지 않는 걸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진보에게는 기회, 보수에게는 위기인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4~25일 부산 시민 8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김문수 두 후보 지지율은 각각 42.3%과 43.1%로, 불과 0.8%p 초박빙이었다.

울산은 44.3%, 41.0%의 지지율로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하지만 이런 조사가 실제 본투표와는 차이를 보일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북구에 거주하는 강 모씨(남·60세)는 “믿지 못하는 사전투표나 여론조사를 왜 하냐”며 “본투표에 다 찍으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보진영보다는 막판에는 보수진영 표 결집이 더 많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측은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샤이보수층이 최소 10%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은 “부울경이 뭉치면 골든크로스가 가능하다”며 “사표방지 심리와 숨은 보수표가 모여 이재명정부 출범을 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진보진영은 이미 결집을 할 만큼 했다”며 “반면 보수층은 갈라져 있는 지지세가 한쪽으로 결집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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