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활성화 위한 새 정부 과제 ① 주주가치 제고
더 세진 상법 개정안 재발의…3%룰·집중투표제 의무화 추가
대통령 공포 후 즉시 시행, 주주 보호 시기 앞당길 계획
증권가 환영 “주주 중심 아니라 주식시장 정상화·선진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코스피가 2.6% 급등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1%대 상승세를 나타내며 자본시장이 축하 랠리를 펼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신정부 정책 기대감 및 경기 부양책 등으로 2분기 말에서 3분기 초까지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증시의 반짝 상승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업계가 바라는 K-증시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 ‘국민주권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법 개정안 재발의에 나선다. 기존 안보다 3%룰과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추가했다. 시행 시기 또한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대통령이 공포하는 즉시 법안이 시행되는 것으로 할 계획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주식시장 실현으로 오랫동안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정상화와 선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문 의원 안으로 공동 재발의 = 5일 오전 10시 20분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을 공동 재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 11월 발의되었던 이정문 의원 안과 같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독립이사,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3% 룰’ 개정에 대한 제안을 포함했다. 국장 부활TF 단장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은 종전 더불어민주당 당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현행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반영됐다”며 “시행 시기 또한 전자주주총회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통령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해, 주주 보호의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정부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 4월 17일 재의결에 부쳤지만 부결된 바 있다.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 공약에는 주주 충실의무,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단계적 확대 및 전자투표·위임장 의무화 등이 반영됐다.
오기형 의원은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법 개정에 대해 기존 국회 통과된 안을 더 보완해야 하고,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앞으로 원내 여러 일정들이 예정돼 있지만, 이번 선거의 취지를 반영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코스피 5000시대”를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상법 개정안 즉각 재추진을 약속했었다. 또 이 대통령은 “(취임 후) 2~3주 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신속한 재가를 전제로 법사위 통과부터 최종 법안 통과까지 최소 16일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입법 과정은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가치 훼손 금지 명문화 =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금지하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의 이익만을 획책하고, 소액 다수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등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막을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번 개정안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은 ‘주주’를 명문화함으로써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적 책임의 범위를 명확하게 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재계 반발을 무릅쓰고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바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또 이를 통해 한국증시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이다.
◆강제성 부여 … 장기적인 연속성 기대 =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피상적 수준에 그쳤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논의와 변화가 신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중장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피 행보로 확대 재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진행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밸류업 지수의 상품화 및 투자 활성화 통해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 신정부의 정책은 상법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강제성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연구원은 “신정부의 정책이 인센티브보다 패널티가 부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연속성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분할 등 기업 구조조정 촉진 제도들이 시간이 지나며 본래 목적과 달리 악용된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고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주주권 강화를 위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되고 정상화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역사적인 전환점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로 인한 일반주주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이 충분히 고려되고, 주식시장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선진화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숙 박준규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