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승패 예단하기 힘든 미중 관세전쟁
미국과 중국 간 관세협상이 런던에서 9일 재개된다. 제네바에서 90일간 관세유예 합의 후 한 달 만에 다시 열리는 고위급 협상이다. 합의 이후에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중국 유학 비자 금지 등으로 교착상태를 맞았으나 나흘 전 양국 정상 간 90분 통화로 물꼬를 튼 셈이다. 미중 양국 간 관세협상은 글로벌 관심사다. 미국의 관세전쟁 이후 전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전쟁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 결과는 향후 유럽과 한국 일본 등에도 참고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게 만든 것은 희토류다. 중국산 희토류가 없으면 자동차 변속기는 물론 교류발전기나 센서 등 전기장치를 만들 수 없다. GM 텍사스공장이 5월 22일 공장 가동을 멈춘 이유도 희토류 때문이다. 미국자동차제조협회(MEMA)가 정부에 시정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을 정도다.
중국,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로 런던 관세협상 이끌어내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보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27만톤 규모다. 전 세계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4만5000톤인 미국 내 생산량의 6배다. 미국은 190만톤의 희토류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중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수입은 지난해 말부터 끊긴 상태다.
물론 중국도 미국과의 협상을 늦추기 힘든 경제 상황이다. 중국 중앙은행 데이터를 보면 기업과 정부 가계 대출을 합친 4월 사회융자 총액은 1조400억위안이다. 1분기에 월평균 5조600억위안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위축된 수치다. 그나마 대부분은 정부의 채권 발행(9700억위안) 몫이다. 기업 대출은 900억위안에 불과하다. 은행의 위탁 대출과 신탁대출 어음인수 등을 합쳐도 2800억위안 마이너스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실물경제 대출을 확 줄였다는 의미다.
중국은 적극적인 통화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해 온 나라다. 코로나 19 이후 사회융자 규모는 30조위안 대로 50% 이상 늘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실물경제 대출 비중은 2014년 말 66.3%에서 지난해 61.8%로 줄었다.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도 지난해 1조2900억위안으로 10년 전보다 1/3토막 난 상태다. 올해 4월까지 외화대출은 88억달러 규모다.
중국서 고용을 책임진 소규모 수출업체가 타격을 받는 구조다. 시장 조사기업인 차이신의 5월 제조업 PMI 지수도 49로 여전히 50선 아래다. 중국 에너지나 자동차 전자상거래 업종 가릴 것 없이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소비를 늘릴 수 없어서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면 2만위안의 보조금을 주는 식이다. 이게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를 늘린 이유다.
미중 협상결과 향후 우리나라 대미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4월에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증가율도 1%로 쪼그라들었다. BYD의 경우 지난달 22종 전기차(EV)에 대해 가격을 인하했고 지리자동차도 동참했을 정도다. 징둥과 알리바바 핀둬둬 등 플랫폼 기업 간 악성 가격경쟁도 치열하다. 주요기업의 가격 인하와 실적 악화는 최근 상하이와 홍콩증시를 약세로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증시를 통한 기업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해 1353억위안으로 10년 전 4350억위안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 채권 발행액이 81조900억위안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회사채 발행은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이나 국유기업 몫이다.
한마디로 관세전쟁으로 중국 기업의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다. 중국정부도 미국과의 대화를 피하기 힘든 구조다. 중국경제의 대침체는 우리경제에도 악재다. 소통을 통해 상호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