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 ‘발등에 불’ 떨어진 행안부
대통령 안전치안점검회의 효과 나타나
재난대응 공무원 연휴기간 내내 현장행
생명안전기본법 연계한 제도 정비 속도
재난대응 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안전치안점검회의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났다. 재난대응 부서 공무원들은 일제히 현장으로 달려갔고, 정책부서 공무원들은 대응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재난안전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회의 다음날인 지난 6일부터 연휴기간 3일을 모두 현장에서 보냈다. 6일에는 장마철 대비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침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강남역 인근을 찾아 빗물받이 관리를 포함한 침수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
강남역은 지난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소개한 성남시장 시절 경험 때문에 택한 점검 장소다. 이날 이 대통령은 “관내 지도에 색깔을 달리해 올해와 작년, 그 전의 수해 지역 스티커를 붙여보니 조준 사격의 탄착 지점처럼 한 군데로 몰렸다”며 “같은 지점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유형별로 분석해 보니 장마 때 가랑잎 등에 배수시설이 막히거나 구조적으로 우수 처리가 안 되는 등 원인이 파악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원인이 있으면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의 현장 행보는 연휴 내내 이어졌다. 7일에는 전북 무주군 유동소하천과 문암저수지, 진안군 도통천과 백운동천 등 하천정비 현장을 점검했다. 또 8일에는 산불 피해지역인 경북 영덕군과 청송군의 임시주거단지를 방문해 임시조립주택 조성 현황과 사면붕괴 등 2차 피해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 실장 3명도 모두 현장점검을 이어갔다. 김용균 안전예방정책실장은 지난 6일 충북 청주시의 물놀이 관리지역을 방문해 안전시설물 등을 점검했고, 오병권 자연재난실장은 8일 오송지하차도참사 지역과 가까운 바이오폴리스지하차도 현장을 살펴봤다. 홍종완 사회재난실장이 찾은 곳은 대구지하철과 경기 용인시 철도건설현장 등 사고 지역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자체와 관계기관들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당장 수도권 지자체들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함께 9일부터 20일까지 광역버스 안전점검에 나선다. 지자체들은 25개 노선 296대 광역버스의 운영 실태와 차량 상태, 정비 이력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여름철을 앞두고 폭염이나 집중호우에 대비해 냉방 상태, 타이어 마모도, CNG 차량의 가스충전 상태 등을 중점 확인한다. 충남 태안군은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 직후 자체 안전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여름철 재난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부산교통공사도 지하철 화재에 대비해 인터폰·소화기 등 객실 안전시설 점검에 나섰다.
정책 부서들도 바빠졌다. 당장 산불대응체계 강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5일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국방부 헬기 운용 확대를 포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관계 부처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이 대통령은 5일 회의에서 국방부 헬기의 산불진화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회의에서는 산불진화대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인데, 이 또한 이 대통령의 검토 지시사항 중 하나다.
재난안전 관련 법령 정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재난안전기본법을 세분화하는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안전기본법에 재난안전기본법의 총괄 조항을 담고, 대신 집행적 성격을 담은 내용들은 자연재난법과 사회재난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골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법과 제도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관심이 높아 제도 정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