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차추경 논의 본격화…전국민 민생지원금 포함될까

2025-06-09 13:00:05 게재

전국민에 25만원 지역화폐 지원금 검토

지역화폐, 곧장 집행가능 “진통제 효과”

재정투입 대비 경제효과는 의견 엇갈려

대통령실 경제팀 대부분 ‘재정확대론자’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연관효과를 고려해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를 통해 지방과 영세상공인에 골고루 재정온기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논의가 시작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핵심 민생회복 예산으로 담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추경 편성과정에서 국민여론과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민 민생지원금’이 경제승수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전국민에게 25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최소 10조원대 재원이 필요하다. 그만큼 재정적자나 국채발행을 감수해야 한다.

◆이르면 6월중 추경안 처리 = 한편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를 일단락한 이재명정부 경제팀의 키워드는 ‘확장재정’으로 풀이된다.

2차 추경 이후에도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은 폐기하고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각종 정책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로 각 부처 기조실장 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지시한 ‘2차 추경 방안’이었다. 이 자리에서 유 실장은 각 부처에 2차 추경에 들어갈 민생사업 발굴을 요청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추경안은 사업 발굴과 조율 과정만 약 3~4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경제부처 관료들에게 추경 재정 여력과 경기 부양 효과를 묻고, 적극적인 민생 진작 대응과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는 이 대통령 주재로 2차 회의를 열고 추경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7월까지는 2차 추경안을 확정하고 국회에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2차 추경 화두는 ‘지역화페’ = 이번 추경안의 핵심 화두는 ‘지역화폐’다. 앞서 진성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 초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35조원에서 (1차 추경) 14조원 정도를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민생회복 지원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언론인터뷰에서 “지역화폐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진통제 같은 효과가 있다”며 추경에 지역화폐 예산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2월 민주당은 35조원의 추경안을 제시했다. 이 중 민생회복 예산으로는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원) △지역화폐 할인지원(2조원) △상생 소비 캐시백(2조4000억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000억원) 등 ‘소비 진작 4대 패키지’를 내놨다. 지역화폐 관련 사업만 15조원이 투입된다.

◆재정투입효과 의견 엇갈려 = 지역화폐 사업 예산은 곧바로 집행할 수 있고, 사용기한을 정하면 소비진작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난다는 게 강점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지역화폐를 ‘진통제’에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추경 편성 과정에서도 지역화폐 외 다른 사업들은 각 부처에서 발굴하고, 기재부 예산실이 이를 조율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사업별 원인행위(계약 체결·보조금 결정 등)에 따라서 재원 투입이 지연될 수도 있다. 반면 지역화폐는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면 언제든 착수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2020년 12월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도입이 소상공인의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도입은 선택 제약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지역화폐 발행 및 관리 비용으로 인한 지방재정 지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사중손실 등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12월 발간한 ‘지역화폐 도입의 지역경제 영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지역화폐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과 고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영향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소상공인 중 음식점과 주점업으로 한정하면 고용에 있어서 유의한 정(+)의 효과를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부자감세와는 결별, 확장재정 나서나 = 한편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를 일단락한 이재명정부의 경제팀 키워드는 ‘확장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모두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던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부자감세정책과는 선긋고 확장적 재정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예산을 감독하는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하면서 재정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1차관 출신의 김 정책실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구조개선형 재정’을 언급하며 재정의 역할에 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경기부양이나 세금 인하가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라며 “우리는 축적된 자원을 순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재정 정책은 그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돈을 풀면서도 내수에 도움이 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덜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취지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처음 지급했던 문재인 정부 때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경제성장수석에 임명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의 재정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윤석열정부 시기 “산업 전환기의 적극 재정은 투자”라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지지했다.

초대 재정기획보좌관을 맡은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표적인 재정 확장론자로 손꼽힌다. 이 대통령이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 분리를 강조한 만큼, 향후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정기획보좌관의 역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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