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똑같은 균형발전정책 되풀이

2025-06-10 13:00:02 게재

‘5극 3특’ ‘행정수도 완성’ 관심

서울대 10개 만들기, 재정 관건

2차 공공기관 이전 가늠자 역할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이재명정부의 6번째 국정과제다. ‘5극 3특(5개 광역경제권, 3개 특별지자체)’ 체제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공약도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온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의미인데,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정책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성장거점 다극화 방식은 ‘집중적 분산’ =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시한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지역 성장거점 다극화 정책이다. 수도권 동남권(부울경) 대구경북권 충청권 호남권 수도권을 5개 초광역 거점으로 삼고, 제주 강원 전북을 ‘특별자치권역’으로 지정해 메가시티 기반의 균형발전 축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다극 분산형’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5극 3특’ 체계를 동시에 추진하기보다는 당장 실행 가능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성장거점을 구축해 가는 ‘집중적 분산’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장거점 다극화 정책을 단기·중기·장기 과제로 분류해 이행 평가가 가능한 세부 실행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단기 과제는 기존 법령 체제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중기 과제는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할 정책을, 장기 과제는 개헌과 함께 추진할 정책을 순차적으로 각각 추진해 가겠다는 의미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다가는 과거 정부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연간 3조원 필요 =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도 균형발전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균형발전의 한 축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정책 과제다. 다만 이 정책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재정 확보 계획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학생 1인당 투입 예산이 서울대는 5000만~6000만원에 달하는데, 지방 국립대는 2000여만원에 불과하다. 대학 전체로 보더라도 거점국립대 1곳당 지원 예산은 평균 2000억원 정도로, 6000억원에 이르는 서울대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결국 지방 거점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적어도 한 해 2조5000억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한 셈이다. 현재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이 15조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이행에 연간 3조원의 재정이 든다고 분석했다”며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정책은 이미 지난 정부가 추진해 온 ‘글로컬대학 사업’이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스 사업’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기존 정책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수도, 균형발전 의지 가늠자 = 새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의지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약속을 얼마나 신속히 이행하느냐로도 엿볼 수 있다.

세종 행정수도 공약은 노무현정부가 처음 내놓은 이후 20년 넘게 균형발전을 상징하는 정책이 됐다.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회 분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등을 약속하며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는데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고,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공약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대상 기관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집권 5년 내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임기를 마쳤고, 윤석열정부는 아예 이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내놓지는 않았다.

한 비수도권 자치단체장은 “결국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을 핵심 국정과제에 행정수도 완성과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담기느냐가 균형발전 정책 의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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