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 불구…‘무덤’ 같은 국민의힘

2025-06-12 13:00:03 게재

개혁 논의 중단시켜도 의원들 SNS 단체방 ‘침묵’

새 지도부, 친윤 유력 … ‘아스팔트당’ 회귀 가능성

6.3 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조용하다. 친윤 지도부가 개혁안 추진은커녕 논의조차 중단시켰지만, 10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은 침묵했다. 당내에서 “무덤 같다”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나온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상임고문단과 회의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과의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전격 취소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총 예정시간 불과 40분 전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취소 문자를 보내면서 ‘없던 일’이 됐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계속 진행할 경우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고 취소 배경을 밝혔다.

친윤 핵심인 권 원내대표 결정에 따라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 전까지는 개혁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김 위원장이 SNS를 통해 “개혁과제별 의총 개최를 요청한다”고 밝혔지만, 당내 메아리가 없다. 의원들 절대다수는 침묵했다. 한 비윤 의원은 12일 “(친윤이) 개혁 논의를 강제로 중단시켰는데도 의원들이 속해있는 SNS 단체방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의총 열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레밍 같다”고 지적했다.

친윤 뜻대로 국민의힘은 16일까지는 개혁안 논의 없이 침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는 원내대표 경선이 이뤄진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이 미는 원내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오전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과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이 경선 출마선언을 했다. 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하는 새 원내대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새 비대위원장과 새 원내대표가 상의해 향후 당의 진로를 모색하게 된다.

비윤에서는 새 지도부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 등 ‘김용태표 개혁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8월 말로 예상되는 조기 전당대회를 놓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새 비대위 임기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장해 전당대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거나 △친윤이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지원해 전당대회를 이기는 방안 등이 두루 거론된다. 어떻게든 친윤이 당권을 유지하려는 시나리오로 읽힌다.

친윤이 당권을 계속 잡는다면 2019년 ‘아스팔트 자유한국당’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수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은 당시 광화문 거리로 뛰쳐나가 ‘반 문재인 투쟁’을 벌였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3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 당권을 장악한 친윤이 국회를 등지고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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