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본격화에도 반발 없는 검찰

2025-06-12 13:00:05 게재

‘검찰청폐지법’ 발의됐지만 검찰 내부 잠잠

집단 움직임, 구심점 없어 … ‘자초’ 지적도

“기소·수사 분리로 사건처리 지연” 우려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검찰개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사건처리 지연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정도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이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4개 법안을 발의하면서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 모임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 소속인 이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개혁 법안 발의 사실을 밝혔다.

이 법안들에 따르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검찰청의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되는 중수청으로,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기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내란·외환죄, 마약범죄를 더해 8대 범죄로 확대된다. 검찰청 소속 검사는 중수청 또는 공소청으로 이동하는데 중수청에는 검사 대신 수사관 직책을 두고, 공소청에서만 검사 명칭을 유지한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국가수사위원회는 중수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분산된 수사업무를 조정·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 법안은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시한 ‘검찰개혁 완성’ 공약을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게 허용해서는 안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며 “수사담당 기관과 공소 유지 기관을 분리해 수사기관끼리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 독재는 집중된 권한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구조적 개혁을 통해 검찰이 견제 받고 또 견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특히 “3개월 내에는 이 법안들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했던 만큼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은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검찰청을 해체하겠다는 법안까지 발의했는데도 검찰 내부는 아직 잠잠하다.

문재인정부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추진할 당시 검찰이 집단 반발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검찰 내부망에는 법안 처리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일선 검찰청에서는 릴레이 검사회의를 개최하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검사들이) 다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제 막 법안이 발의됐으니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에는 이른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공소청과 수사청 분리는 예상했던 일로 체념하는 분위기가 많다”며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도, 구심점도 없다”고 전했다. 기소와 수사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에 공감하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 스스로 개혁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1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더기 기소를 강행하면서도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선 봐주기 수사로 일관해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는데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소속 건물에서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제출한 뒤에 김 여사를 대면조사해 거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수도권 한 차장검사는 “윤석열정부에서 검찰개혁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섣부른 개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 대검 간부는 “수사권이 없으면 제대로 기소하기 어렵고, 사건처리 기간도 늘어나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인 사건은 몰라도 민생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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