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전략, 캐나다를 벤치마킹 하라
새 정부 시작점에 집중된 모두의 열망은 경제성장, K-혁신을 통한 글로벌 선도국의 위상 확립일 것이다. 그 핵심은 결국 인공지능(AI)에 있고 전세계는 끝을 알 수 없는 무한경쟁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AI기술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며 전방위 확장을 가속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또한 ‘디지털 유럽’ 전략을 통해 AI를 미래 산업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한국도 정부 주도로 AI에 막대한 예산 투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미국이나 중국처럼 무한정 투자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인구 규모, 자본력, 연구 생태계 측면에서 한정된 조건 속에서 경쟁국들과 동일한 방식의 경쟁을 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캐나다 AI 질적 경쟁력은 세계 최상위
한국의 AI 전략은 그간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R&D예산 투입과 기술 보유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결과 특허출원 건수에서는 세계 4위권이지만, 고품질 특허 비율은 8% 수준, 글로벌 인용률도 낮다.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질적 영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대비되는 사례가 캐나다다. 2024년 기준 캐나다의 AI 특허 출원 점유율은 1.8%로 세계 6위에 불과하지만 특허 인용지수 세계 2위, 고품질 특허 비율 26% 등 ‘질적 경쟁력’ 측면에서는 G7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많은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기술과 응용력 있는 특허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둔 전략의 결과다. 적은 수의 특허가 더 많이 인용되고 실제 산업과 기술 생태계에서 사용된다는 의미다.
캐나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범국가 AI전략(Pan-Canadian AI Strategy)’을 수립하고, AI 전략 초기부터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스타트업, 산업계가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토론토대 워털루대 몬트리올대 등은 수학 통계 인지과학 윤리 등의 기반학문을 중심으로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밀라(MILA), 벡터연구소(Vector Institute), 에이미(Amii) 등 공공 연구기관과 함께 고품질 특허 창출과 산업 적용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세계수준의 수학부와 캐나다 최고의 공대로 평가받는 워털루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선발하는 신입 직원 중 이 대학 졸업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 역량과 산업의 적용력이 모두 갖추어진 인재를 배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은 실제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으로 성공한 스타트업 왓패드(Wattpad)는 AI 기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9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하고, 데이터 기반 지식재산(IP) 발굴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주도했다. 왓패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네이버에 약 6500억원에 인수되었으며, 캐나다 AI 기술의 실용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주목할 점은 캐나다가 AI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윤리체계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몬트리올 선언을 바탕으로 AI의 사회적 영향, 공정성, 투명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윤리위원회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연구기관과 기업은 기술 상용화 전부터 윤리적 영향성을 평가받는다. 이는 기술의 신뢰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기술 보유국’에서 ‘기술 실현국’ 전환이 좌표 돼야
지금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더 많은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더 잘 활용하고, 더 넓게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기술 보유국’에서 ‘기술 실현국’으로의 전환, 이것이 지금 한국 AI 전략의 새로운 좌표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올해 G7의 주최국, 조용한 AI 강국 캐나다를 직접 확인하고 벤치마킹할 기회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