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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술추격을 넘어 전략산업으로

2025-06-13 13:00:03 게재

2025년 상반기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 분리, 공급망 재편,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잡한 외부 변수 속에서도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고 있어서다.

중국은 삼성전자처럼 단일한 초거대 종합반도체 기업이 없는 대신, 기능별 전문화 전략을 기반으로 ‘분업형 생태계’를 형성하며 산업 전반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미중갈등이 전 분야에 걸쳐 확대되면서 한국 주식에 이어 중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자금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수준, 국산화 현황과 글로벌 생태계 포지션 및 투자 매력도를 다시 들여다볼 시점이다.

독자적 생태계 구축 위한 구조적 도전

중국은 2000년대 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전자제품 조립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 발을 들였고, 이후 소비시장의 성장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설계 생태계를 점차 확대해왔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자급률은 약 16~17%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전략은 ‘성숙공정 + 첨단패키징’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 기술개발, 그리고 전방산업(스마트폰·전기차·AI 디바이스) 수요를 기반으로 한 내수 흡수형 성장모델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기술추격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본정책을 기반으로 독자적 생태계 구축을 향한 구조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은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중국에 대한 기술 차단에 나섰고, 이에 대응해 중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 자금과 지역 클러스터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반도체 산업은 설계-제조-장비-소재-응용까지 독립된 분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SMIC: ‘자립형 제조’의 프론트라인

중국 반도체의 상징적 제조기업인 SMIC(中芯國際, 중신궈지)는 현재 중국 유일의 선단공정 파운드리 기업이다. 2023년에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없이도 7nm급 칩을 양산하며 화웨이와 함께 ‘기술 독립 가능성’을 시장에 시사했다. 물론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5nm 이하 공정 기술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투자자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SMIC가 중국 내 반도체 수요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차량용 반도체, 산업용 칩까지 중국 내 수요를 기반으로 성숙 공정(28nm 등) 중심의 고정 매출을 창출하고 있으며, 장기적 성장 기반이 탄탄하다.

한마디로 SMIC는 정책 자금, 지역 보조금, 고객사 확보가 명확한 ‘정책-시장 결합형 기업’으로서 상하이 A주 상장으로 자금 접근성도 양호해 미래 투자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야말로 중국 본토버전의 TSMC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YMTC: 메모리 독립의 실험실

YMTC(長江存儲,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중국이 직접 육성 중인 3D 낸드플래시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의 기술격차가 존재하지만, 자체 개발한 엑스태킹(Xtacking) 아키텍처 기반으로 128단 이상의 제품을 구현하면서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이후 미국의 대 중국 장비 수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고객사 확보는 제한적이지만, 화웨이 샤오미 비야디(BYD) 등 중국 대기업들이 YMTC 제품을 채택하면서 견고한 수요 기반을 형성 중이다. YMTC는 아직 비상장사이지만, 관련 장비·소재기업(AMEC, Naura 등)에 대한 간접투자로 접근 가능하고, 메모리 국산화의 ‘핵심 축’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이다.

Hua Hong: 파운드리의 실용주의 전략

Hua Hong Semiconductor(華虹半導体, 화홍반도체)는 SMIC보다 한 세대 낮은 공정을 중심으로, 전력반도체·아날로그 칩·자동차용 반도체에 특화된 기업이다. 기술적으로는 최첨단 경쟁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지만, 적용 범위가 넓고 수익성이 우수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55~90nm 공정 중심의 안정적 수요층을 확보한 덕분에, 생산 효율성과 단가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ua Hong은 단기수익성과 중기 성장성 모두 갖춘 기업이며, 경기방어적 기술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유의미한 편입 가능성이 큰 존재기업이다.

GigaDevice & Will Semi: 설계 생태계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GigaDevice(兆易創新, 자오이창신)는 플래시 메모리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Will Semiconductor(분웨이얼반도체)는 이미지센서(CIS) 기술로 글로벌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 전자기기 제조업체들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칩 설계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 및 IP 확보도 병행 중이다. 이들은 MCU, CIS 등 전장·IoT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혜기업이며, 기술경쟁보다는 응용경쟁에 집중된 사업모델로 안정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AMEC & Naura: 장비국산화 ‘전략지점’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장비 부문이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안으로 AMEC(中微公司, 중웨이반도체)와 Naura Technology(北方華創, 나우라테크놀로지)가 존재한다. 식각, 증착, 리소그래피 장비 등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장비업체들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신규 팹 건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공급망 내 ‘전략적 독점’ 지위를 확보 중이다.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선순환 구조의 수혜를 직격으로 받는 핵심 기업들이다. 한마디로 이들 기업은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향후 5년간 국산화율 상승과 정부 조달 확대에 따른 성장 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기능별 생태계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중국 반도체는 삼성전자 같은 단일 기업이 이끄는 구조가 아니다. 각 기술영역별로 분산된 특화 기업들이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다층적이고 분업화된 생태계다. 그리고 이 생태계는 단순히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부 정책, 내수 수요, 지역 클러스터, 산업보조금, 자본시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축되고 있다.

기업 하나하나의 재무지표나 제품 스펙도 중요하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놓인 산업적 맥락과 전략 구조를 읽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면 ‘한 기업’이 아닌 ‘한 시스템’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의 SMIC, YMTC, AMEC는 단순한 기술회사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전략을 대표하는 거점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이제 자본이 주목할 다음 성장지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은 ‘기업’이 아닌 ‘정책’과 함께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민간기술로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가정책 지방정부 자본시장, 그리고 소비시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형성되는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및 한국주식에서 얻는 안정성과 기술력 외에, 중국 반도체 주식은 성장성과 전략적 자립성이라는 요소에서 분명히 차별화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중국 반도체 기업은 기능별 생태계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개별 종목의 재무건전성, 밸류에이션, 공급망 내 위치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