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변호인’ 이승엽도 걸러지나

2025-06-13 13:00:15 게재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전 검증 중

오광수 낙마 후 인사시스템 시험대

오광수 민정수석이 결국 낙마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이승엽 변호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건을 맡아 변호해 온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오 수석의 경우엔 인수위 없는 출범으로 검증이 어려웠다는 해명이 가능하지만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검증시스템이 작동된 이후 지명되는 것으로 이 변호사 지명 여부는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친이재명계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오 수석은 내정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물로 결국 스스로 물러난 것은 다행이고 대통령실의 판단도 적절해 보인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지명하게 되면 논란이 커질 수 있고 현재로서는 반드시 이승엽 변호사가 해야만 하는 이유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다. ‘보은 인사’, ‘측근 인사’이면서 헌법재판관을 친정체제로 바꾸려는 의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 대통령과 관련한 재판의 중지와 이와 연결돼 있는 법안이나 조치들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이나 위헌법률 심판 등을 헌법재판소에 물어올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시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는 취지의 질문에 “어떤 것이 이해충돌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며 “본인(이 대통령) 사건을 맡은 분들은 공직에 나가면 안 된다는 취지인 건지, 어떤 부분에 충돌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 했다”고 했다. 이같은 반응은 지명 강행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야당이나 시민사회에서 강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해상충 이외의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이는 곧바로 이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구로 불린 이완규 법제처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이해충돌’ 등의 이유로 비판해 왔고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일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3명을 올려놓고 2명을 선택하는 것인데 굳이 대통령이 논란이 많은 사람을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에서는 관망하는 입장임을 시사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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