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대 6만5천명 불법사금융 신규 이용…7900억원 추정

2025-06-16 13:00:01 게재

전년 대비 줄어 … “서금원 ‘불법사금융예방대출 확대’ 기인”

금리 연 1200% 초과 응답율 17%, 6.4%p 상승 ‘여전히 심각’

“저신용자 포용하기에 정책금융 턱없이 부족” … 대부업은 역마진

지난해 최대 6만5000명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신규로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민금융연구원(서금연,원장 안용섭)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16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로 약 2만9000~6만1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하고 불법사금융 이용금액은 약 3800억~7900억원으로 추정됐다. 2023년 5만3000~9만4000명, 약 6800억~1조2200억원과 비교하면 전년 대비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서금연은 “대부업계가 코로나 이후 경영상 이유로 축소했던 신규 신용대출을 점차 확대했다”며 “정책서민금융의 확대, 특히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을 확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제도권 금융뿐 아니라 기존의 정책서민금융 지원마저도 받기 어려워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에 소액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최대 100만원을 1년간 빌릴 수 있으며 최대 5년 연장이 가능하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이용자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말까지 25만1657명, 대출액은 2079억원이다.

안용섭 서금연 원장은 “정부가 신용평점 하위 10%인 극저신용자들에 초점을 맞춘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을 늘리면서 실제 취약계층의 불법사금융 이용을 줄이는 데 역할을 했다”며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 극저신용자에게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책 서민금융상품(서금원 프로그램)은 최저생계비 특례보증과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신용평점 하위 20%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서금원의 정책 서민금융제도를 통해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정책 서민금융의 금융소외자 포용률은 16.6%에 불과하고 신용평점 20% 이하 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한 자금 규모는 최소 5조2000억원(하위 10%), 최대 7조3000억원(하위 20%) 수준"이라며 "2023년 (제도권 금융기관) 거절된 저신용자 모두를 정책 서민금융이 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6~10등급)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업체에서 대출신청을 거절당했다는 응답은 72.3%로 전년(74.1%)과 비슷했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후 급전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51.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불법사금융 평균금리는 연 24~48%라는 응답이 2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 1200%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17%에 달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전년(10.6%) 대비 6.4%p 상승해 초고금리 수준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응답자의 약 60%는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연은 정부가 ‘저신용자 포용성 확대 방안’을 마련해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차주를 정책 서민금융 상품으로 자동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부업와 정책 서민금융 간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업이 극저신용자 등에 대한 금융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극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소액 대출상품(페이데이론)은 일반금융업과의 별도 규정으로 특례 금리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유연한 상한금리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금연은 “단기소액대출 상품에 대해 예외적으로 법정 최고금리의 특례를 적용하면, 서민이 불법 고금리와 불법추심이 자행되는 불법사금융 시장에 내몰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부업체의 원가금리는 22.2~23.1%로 추정됐다. 법정최고금리인 연 20%를 넘어선 것으로 대부업체가 역마진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우수대부업자 제도를 활성화해 은행 차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 제안했다. 우수 대부업자 제도는 신용평점 하위 10%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잔액 1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은행 차입 등을 허용해 서민금융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말 기준 우수대부업체의 전체 차입금액 중 은행권 차입 비중은 7.4%에 그쳤다.

서금연은 “우수대부업자 제도 도입의 핵심은 최고금리의 탄력적 운영이든 대부업자의 원가 절감이든 우수대부업자의 경영여건을 개선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는데 있다”며 “정책당국의 진정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금연은 또 “극저신용자를 포용하는 금융 체계는 단순히 금융 지원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이며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자활을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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