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27위로 7계단 하락 “내란사태 불확실성 반영”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평가 … 기업효율성 21계단 급강하
작년 통계와 3~5월 설문결과로 집계 … “경쟁력 회복 총력”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69개국 중 종합 27위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7단계 하락했다. 대기업 생산성 경쟁력과 기술·과학·환경·교육 등 인프라 전 부문에서 뒷걸음질쳤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이날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IMD는 매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등 총 69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를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이번 순위는 2024년 이전 통계와 올해 3~5월까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전 한국 최고 순위는 20위(2024년)였고 최저는 41위(1999년)였다. 지난해 경기침체와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효율성 모든 부문 순위 하락 = 한국의 올해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리투아니아(21위), 바레인(22위), 말레이시아(23위), 벨기에(24위), 체코(25위), 오스트리아(26위)에도 밀렸다. 오만(28위)이 뒤를 바짝 쫓았다. 이어 영국(29위), 태국(30위) 순이다. 일본은 38위에서 35위로 3단계 순위가 상승했다.
경쟁력 순위를 끌어내린 부문은 기업효율성(23→44위)과 인프라(11→21위)다. 기업효율성은 △생산성 △노동시장 △금융 △경영 관행 △태도 및 가치관 등 세부 항목 모두 하락했다. 생산성 측면에서 대기업 경쟁력은 41위에서 57위로, 디지털 기술 사용은 11위에서 26위로 내려갔다. 노동시장에서도 수습사원 제도 운영이 11위에서 36위로 떨어졌고, 인재 유치는 6위에서 29위로 큰 폭 하락했다.
인프라 역시 △기본 인프라 △기술 인프라 △과학 인프라 △보건·환경 △교육 등이 모두 하락했다. 기본 인프라에선 도시관리가 4위에서 28위로, 유통 인프라 효율성은 3위에서 28위로 떨어졌다. 기술인프라는 디지털·기술 인력 구인(28→59위), 사이버보안(20→40위)이 크게 하락했다. 교육도 초중등 교육(31→49위), 대학 교육(46→58위) 모두 하락했다.
◆수출·정부효율성 분야는 선방 = 그나마 순위가 오른 분야는 경제성과(16→11위)와 정부효율성(39→31위)이다. 경제성과는 국제무역과 국제투자, 물가 부문은 상승을, 국내경제와 고용 부문은 하락했다.
국제무역 부문에서 상품수출 증가율(44→10위)과 민간 서비스 수출 증가율(62→19위)이 상승했다. 국제투자에선 해외직접투자(9→11위), 기업 이전이 미래경제에 미치는 위협(67→54위)이 올랐다. 반면 국내경제는 건설·설비·지식생산물 투자 등을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40→45위)이 하락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위로 전년과 같았다. 고용은 실업률(8→9위)과 청년실업률(8→11위)이 하락했다.
정부효율성 부문에선 탈세의 국가 경제 위협(65→30위), 연금 운영(55→32위) 등 재정 부문이 올랐다. 조세정책도 개인소득세의 근로 의욕 고취(54→43위), 법인세(58→43위)가 상승을 견인했다. 조세정책 부문은 GDP 대비 조세부담이 낮을수록 순위가 오른다.
이 밖에도 기업 여건에서 실업관련 법률의 근로의욕 고취(9→38위)가 크게 하락했고 사회여건에선 정치적 불안정이 50위에서 60위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증가와 기업 심리 악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남녀 실업률 격차 부문 역시 21위에서 33위로 하락했다.
국가별로 스위스가 작년보다 1계단 올라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상위였던 싱가포르는 2위로 내려왔고, 3위는 홍콩이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대만(6위), 중국(16위) 등이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았고 일본은 35위를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은 캐나다 11위, 미국 13위, 독일 19위, 영국 29위, 프랑스 32위, 이탈리아 43위 순이었다.
◆“대외신인도 제고 노력” =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IMD 국가경쟁력 평가 하락에 대해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IMD에서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7계단 하락한 27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지난해 부진한 성과와 내란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국가경쟁력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관련 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진짜 성장’을 강조했다”면서 “이재명정부는 ‘진짜 성장’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국가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하는 등 국가경쟁력과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홍식 김형선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