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혁신상 수상기업 84곳 배출했다

2025-06-17 13:00:08 게재

유망 스타트업 산실된 서울시 창업센터

8개 창업전문시설에 574개 기업 ‘꿈틀’

서울시 창업센터들이 유망 스타트업 산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1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창업센터는 모두 8곳이다. 양재AI허브 홍릉바이오허브 여의도핀테크랩 공덕·창동·성수 창업허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분야별로 나뉜 8개 창업센터에는 모두 574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AI허브에 91개사, 바이오허브에 126개사, 서울핀테크랩에 99개사 등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 숫자보다 이목이 집중되는 건 입주 기업 면면이다. 공공 창업센터가 행정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기업 갯수나 생색용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세칭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창업 초기 서울바이오허브에 둥지를 틀었던 ‘메디픽셀’은 AI 기반 심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2023년 미국 FDA 승인을 거쳤고 기업 성장을 위한 2차 투자 공모에서 170억원을 달성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업 당시 6명이던 직원은 60명으로 늘었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큐어버스는 현재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기업으로 최근 미국 FDA로부터 저분자 화합물 신약 후보물질(CV-02)의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앞선 비임상 연구에서 기존 약물대비 심혈관 부작용이 낮고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와 약 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성장이 예상된다.

고스트패스는 생체 인증 기술로 미국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사이버보안 관련 핀테크 기업이다. 사용자의 생체정보를 스마트폰 내부에만 저장해 서버 유출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탈중앙 원격 생체인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더 큰 주목을 받은 기술로서 삼성그룹 계열 4개(생명·화재·카드·증권) 금융사와 협업하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 기준 통과해야 = 서울시 창업센터들에 스타트업들이 몰리는 가장 큰 요인은 파격적인 공간 사용료다. 창업 초기 자금 사정이 열악한 스타트업들은 업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서울시 창업센터는 무료 혹은 일반 사무실 사용료의 1/10 가격으로 공간을 임대해준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공간 사용료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창업 초기 기업들은 급여는 없어도 사무실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며 “사무 공간 확보야말로 창업 성공의 일순위 과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장점은 이른바 ‘클러스터 효과’다. 비슷한 업종, 분야의 기업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보니 정보 공유, 업무 협력에 상승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비슷한 아이템을 놓고 기회를 모색하던 기업 간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공동창업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홍릉 바이오허브 양재AI허브 등으로 분야별 단지를 운영하는 배경이다.

혜택이 큰 만큼 입주하려면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1년마다 재심사가 이뤄지며 최장 3년 후엔 창업센터를 ‘졸업’해야 한다. 엄격한 심사가 기업 경쟁력 향상의 동력 구실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창업허브 소속 기업 중 CES 혁신상을 수상한 곳이 최근 3년동안에만 84곳에 달하며 상장 등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곳도 이에 못지 않다.

시의 창업 기업 지원이 보다 전략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치게 AI 분야에 편중된 국가 R&D 지원의 문제점, 서울에 본사를 두지 않은 기업이 지원에서 제외되는 규정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서울시 펀드가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창업센터 입주기업이 아니더라도 이왕 스타트업 도시를 표방한 만큼 시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유니콘(매출 1조원 돌파 스타트업)이 된 실제 사례가 나와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한편 서울시는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이 전 세계 3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지난 12일 발표한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에 올랐다. 싱가포르(9위)와 도쿄(11위)를 앞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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