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닛산 "신차에 투자하겠다"
9500억 르노주식 매각 계획
일본 시설 폐쇄 기능별 검토
일본 닛산자동차의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이 제휴 관계를 맺어온 프랑스 르노 주식 일부를 매각해 신차 개발에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40대 멕시코 출신 에스피노사 사장은 16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현재 보유 중인 르노 지분 15% 중 5%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1000억엔(약 9500억원) 규모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앞서 닛산과 르노는 상호 출자 지분을 1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으나, 닛산 측은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시설 감축을 추진 중인 닛산은 르노 주식 매각 자금을 부흥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한 신차 개발에 투입할 방침이다. 다만 에스피노사 사장은 르노 주식을 일부 팔더라도 양사 간 협력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합병을 논의했던 혼다에 대해서는 “(전기차 분야 등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이날 산케이신문이 게재한 별도 인터뷰에서 닛산이 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옷파마 공장과 관련해 생산, 연구, 시험 등 기능별로 존폐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옷파마 공장에 대해 “테스트 코스와 차량 시험 시설 등이 있지만, 그것은 공장과 관계가 없다”며 생산 시설의 문을 닫더라도 다른 시설은 기존처럼 운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현재 유동성은 확보된 상태라고 강조하고 자력으로 살아남을 힘을 기른 뒤에 다른 업체와 자본 제휴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내년 3월 회사채 상환과 관련해 영국 정부기관 보증을 전제로 2000억엔(약 1조9000억원)을 새롭게 조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닛산 내부 자료를 인용, 닛산이 최대 6300억엔(약 6조107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회사채를 발행하고 영국 정부기관의 보증 아래 10억파운드(약 1조8553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사가 한 차주에 공동으로 대출해주는 것)도 받을 계획이라고 5월 28일 보도한 바 있다.
닛산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6708억엔(약 6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025년 3월 말 기준 약 2조2000억엔(약 20조8817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3조4000억엔(약 32조2717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단기간에 파산할 위험은 낮다는 평이다. 다만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과 5000억엔(약 4조7458억원)이 넘는 감가상각 손실, 600억엔(약 5695억원) 이상의 구조조정 비용이 적자를 키웠다.
닛산이 다시 일어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신차 공급 계획이 부실하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닛산은 2027년도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자동차 공장 17곳을 10곳으로 줄이고, 전체 인력의 15% 정도인 2만 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또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본사 건물 매각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터리 제조업체 AESC 지분 일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의 공장 매각도 모색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