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한미군 감축, 한미 상호이익이 될 수 있을까

2025-06-17 13:00:15 게재

새정부 출범 직전 주한미군 문제가 크게 쟁점화되었다. 5월 15일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신의 역할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을 ‘항공모함’에 비유했다. 이는 한국을 중국 견제용 군사자산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5월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한미군 약 4500명 정도가 다른 지역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기사로 냈다. 다음날 미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다른 외신(AP)은 그달 말 헤그세스 미국방장관과 함께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연설에서 미국의 전략은 중국 견제에 ‘올인’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아시아 동맹국들도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확실히 폐기하고 국방비를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가 변화해 온 지난 수십년 역사의 연장선 위에 있다. 한반도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규모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카터행정부(1977~1981)의 철군계획은 냉전기의 중대한 변화였다. 계획은 한국정부와 주한미군의 반대로 철회되어 기존의 4만명 수준의 병력규모가 유지되었지만 그 충격은 매우 컸다. 주한미군 변화에 대한 공포감이 한국사회 전체에 뿌리내리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다.

‘안미경중’ 노선 폐기하고 국방비 증액 요구

1980년대 말 탈냉전 전환기에 주한미군의 철수 계획이 다시 발표되었다.(동아시아전략구상, 1990) 이 계획 역시 1단계 7000명 정도 감축 후 1991년 11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소위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감축이 추진되었다. 2006년 최종적으로 도달한 주한미군 병력 규모는 2만8500명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이 해외 군사활동에 ‘유연하게’(자유롭게) 동원될 수 있게 되었다.(한미외교장관 합의, 2006)

한국사회에서 한미동맹은 완전히 성역화되다시피 했으며 오직 ‘강화’만이 정해진 답이다. 주한미군 역시 철수는 물론, 감축도 결코 안되는 불변적 존재가 되었다. 최근의 감축론에 대한 주류 언론과 다수의 ‘전문가’들의 논조는 국민의 우려와 공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그렇게만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익을 위하는 것인가.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는 논외로 하고 적절한 수준의 감축에 대하여는 이제 과거와 다르게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국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뭐든 진정 필요하면 실행하는 나라다. 감축 문제를 외면하고 두려워하고 반대만 한다면 국익의 손상만 가중될 뿐이다. 몇 가지 새로운 관점과 대응방향을 정리해 보자.

첫째, 해외주둔 미군의 역할 변화와 감축은 미국이 전략의 변화와 비용절감 원칙에 따라 나름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이익이다.

둘째, 한국은 주한미군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되 그에 상응해 주둔비 감축과 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이익이다. 작통권 환수는 너무나 당연한 주권 문제라 굳이 이익이라 하기 어렵고 감축 문제와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주한미군 감축, 한미 양국에 호혜적일 수도

셋째, 확장억제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한미간 상호 이익이다. 미국은 1950년 말부터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해왔고 한국은 독자 핵무장 포기를 포함해 핵비확산에 적극 협조해 왔다. 핵문제는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하지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할 사안이 아니다.

넷째, 남북한간의 군사긴장을 해소하고 평화협력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지고도 미군에 대한 의존성과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제안하자면 주한미군 감축을 한국이 먼저 제안하여 동맹관계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할 수 있을까?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