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추경 따른 국채금리 변동성 우려
최근 미·일 장기 국채금리 급등 사례 지적
일부 위원 “정부 국채발행 단기집중 가능성”
이창용, 오늘 물가보고회 추경 관련 언급 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상당수가 추경 예산안 편성에 따른 국채금리 변동성 확대에 우려를 드러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재정적자가 커지는 나라에서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이 17일 오후 공개한 지난달(29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추가 추경으로 국고채 금리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국 정부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국채금리 상승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부채 수준에 대한 채권시장의 반응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위원도 “미국과 일본 장기국채 금리가 재정적자 우려 등 구조적 수급불균형 가능성 등으로 단기간 내에 크게 상승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나라 외국인 채권자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새)정부의 추경 가능성과 관련해 국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수준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대선 이후 재정수요가 늘어나면 장단기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통화정책 효과를 제약할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미국과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채권시장은 재정 상황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재정운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당수 금통위원이 채권금리 변동성을 지적한 점은 당시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지나친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은 대선 후보자 TV토론 등을 거치면서 재정확대와 재원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때이다. 특히 당선이 유력하게 평가받던 이재명 대통령이 대규모 추경 등을 공약해 일부 후보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했던 때다.
이에 앞서 지난달 미국과 일본 재정당국이 발행하는 장기물 국채금리가 한 때 급등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를 넘어섰고, 일본도 40년물이 한 때 3.6%를 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하원에서 감세 법안이 통과되고, 일본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전국민 지원금 지급과 소비세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정악화와 국채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 급등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장기 국채금리는 아직까지 비교적 안정적이다. 10년물 금리는 2.8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3년물(2.45%)과 장단기 금리차도 크지 않다. 다만 이달 4일 대선 직후 10년물 금리가 2.9%에 육박하는 등 상방압력의 여지도 보였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 오후 대국민 물가상황점검 보고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총재가 올해 초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15~20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나치게 과도한 규모는 이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던 점을 고려하면 새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르면 19일 최소 20조원 이상의 추경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