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조원 육박한 연금, 자산운용 체계 전환 필요

2025-06-18 13:00:02 게재

국민연금 적극적 자산분배 체계 수립 … 기금형 퇴직연금·디폴트옵션 개선 필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연금 자산 규모는 2030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노후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산운용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연금 운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높일 방안으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안됐다.

◆국민연금 개혁 이후 최대 3000조원으로 증가 추정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22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말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빠르게 적립금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작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원, 개인연금은 370조원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7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3층 불스홀에서 연금자산의 운용 효율성과 수익성 제고, 제도 간 연계 강화, 투자 인프라 개선 등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지난 4월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은 최대 30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 추정된다”며 “기금의 대형화로 인해 자산운용의 유연성을 확보가 중요한 상황으로 TPA 도입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TPA는 기금이 목표하는 전체 수익률을 우선시하고 자산군별 배분은 유연하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존 연기금은 자산 배분 체계를 통해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등 명확하게 분류해 각 자산군에 대한 벤치마크를 부여한다. 하지만 기금이 대형화된 상황에서 세부자산군에 대한 경직된 자산운용체계는 막대한 거래비용을 유발시켜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주요 대형 연기금 등의 사례를 참조해 기준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자산운용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은 특히 기금의 성장과 정체, 고갈이 예정되는 생애주기가 예상됨에 따라 생애주기에 따른 투자 기간을 고려한 자산배분 전략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수익률이 높은 기금의 경우 대체투자 자산비중이 높은 점을 예로 들며 연기금 포트폴리오의 낮은 위험자산과 대체투자 자산 비중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와 각국 연기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최근 10년간 국내 연기금의 위험자산 비중은 약 56%다. 반면 해외 연기금의 위험자산비중은 △캐나다 CPPI 74.5% △미국 캘퍼스 71.1% △노르웨이 GPFG 70.9% △싱가포르 GIC 65% 등으로 더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6%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캐나다 CPPI 59.0% △미국 캘퍼스 34.0% △네덜란드 ABP 33.2% 등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위험자산 비중과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높은 곳은 수익률도 높았다. 2023년 기준 국내외 연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캐나다 CPPI 10.5% △노르웨이 GFFG 6.7% △미국 캘퍼스 5.9% △일본 GFIF 5.7% △국민연금 NPS 5.6% 등이었다.

한편 4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2026년부터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3%로 동시에 상향 조정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이번 개혁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제고하면 기금 규모는 최대 360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고, 소진 시점도 2071년까지 연장될 것”이라며 “적극적 기금운용을 통한 수익 제고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금이 국내 총 GDP 대비 60%를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금 운용 유연성이 떨어지고 국내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점은 부담”이라며 “유연한 자산배분을 위해 도입한 기준포트폴리오를 현재는 대체투자에만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나 적용 자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분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해외사무소의 역할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에서도 원금보장상품 92% 비중 =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원리금보장상품 배제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등의 개선 방안이 제기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번째 주제 발표를 통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2%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여전히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러 있다”며 “원리금보장상품 100%로 제시되는 적격상품(초저위험) 유형은 폐지(또는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택형 디폴트옵션 제도에서 근로자 개인의 선택은 자신의 위험 성향 지정을 의미하며, 최적의 디폴트옵션 상품은 추가적인 선택 없이 자동으로 주어져야 디폴트옵션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 연구위원은 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제도 전환율이 25%에 불과한 5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강제적 제도 일원화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DC형 위주의 이들 근로자에 대한 집합운용 DC 개념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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