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의혹’ 김건희 육성녹음 확보
주가조작 인지 정황 담겨
기존 수사 부실 비판 불가피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에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던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4월 김 여사의 ‘도이치 의혹’ 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뒤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와 계좌 담당 직원간 통화 내용이 담긴 수백개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녹음에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를 포함해 3년간의 통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파일 분석 결과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녹음파일에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에 계좌를 맡기고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로 직접 말하는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거나 누군가가 주가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직원과 대화하는 내용, 김 여사가 수익금 배분이 과도하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검찰은 또 김 여사가 해당 직원과 특정 문서를 검토하는 통화 녹음파일도 확보했는데 앞서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한 ‘김건희 엑스파일’에 담긴 주식계좌 인출 내역과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펄인베스트는 2차 주가조작 시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것으로 지목된 곳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종호씨가 대표를 맡았던 업체다.
검찰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직접 증거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4년 넘게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최종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까지 확인됐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고검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도 안돼 핵심 증거를 확보하면서 앞선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수사팀은 지난 16일 김 여사측에 늦어도 다음 주까지 서울고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도 김 여사의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여사가 극심한 우울증 증세 등으로 입원해 있는데다 특검을 앞두고 검찰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검찰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