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외면' 입장 바꾼 대전·대구·울산
1차 추경 4000억원 배분결과에 화들짝
2차 추경 앞두고 발행규모 확대 잰걸음
그동안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에 부정적이던 울산·대전·대구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기존 태도를 바꾸고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에 대비한 변화로 풀이된다.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지역화폐 발행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의 태도 변화도 눈에 띈다. 울산시와 대전시,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 1차 추경 때 마련된 국비 4000억원 가운데 각각 41억원과 52억원, 56억원을 배분받은 지자체다. 세종시(19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금액이다.
울산시는 오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지역화폐 울산페이 적립금(캐시백) 비율을 기존 7%에서 10%로 상향하고, 월간 사용한도도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 1명당 월 최대 5만원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종전 최대치는 1만4000원이었다. 7월부터는 전통시장과 착한가격업소에서 울산페이로 결제할 때 5%의 추가 적립금이 제공돼 최대 15%를 돌려받는 혜택도 가능해진다. 울산시는 필요한 예산 6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화폐에 가장 부정적이던 대전시도 태도를 바꿨다. 다음달부터 26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대전사랑카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구매한도는 30만원으로, 캐시백은 7%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과는 완전히 상반된 태도다. 대전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캐시백 지급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지역화폐 발행을 중단했다. 2022년 이장우 시장 취임 이후 혜택과 발행규모를 축소해왔고, 2023년에는 지원받은 국비 83억원 중 60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대전 최초로 지역화폐를 발행했던 대덕구도 2022년 지방선거 때 구청장이 바뀌면서 시행 3년 만에 발행을 중단했다. 대전 중구가 이달부터 2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중구통’을 발행하겠다고 하자 이장우 시장이 직접 나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구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부터 전면 중단된 지역화폐 대구로페이 예산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시의 지난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828억원으로 2023년(4329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2022년 발행액(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1/4 수준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1차 추경 때 마련된 국비 4000억원의 배분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정부는 최근 4000억원 가운데 조기발행 인센티브로 집행할 300억원을 제외한 3700억원을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 배분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받은 곳은 경북도다. 배분 예산은 547억원이다. 산불피해지역인 의성·안동·청송·영덕에 대한 지원예산이 늘어난 탓에 전체 예산 규모도 커졌다. 뒤를 이어 경기도가 518억원, 충남도가 400억원을 배정받았다. 지역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한 배분이어서 지역 편차가 생각보다 컸다.
정부는 2차 추경에서도 지역화폐 지원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모는 5000억원+α다. 뿐만 아니라 2차 추경 때 지급될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지역화폐로 지급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처럼 ‘전국민 25만원, 취약계층 35만원 지급’이 확정되면 규모는 13조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알지만 국비 지원에 따른 지자체 예산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발행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며 “다만 정부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그동안 소극적이던 지자체들도 발행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