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관세 불확실성에 금리 또 동결…성장률 전망은 더 내려

2025-06-19 13:00:33 게재

파월 “관세 부담 4월보다 줄었지만, 물가 상승과 경제 부담 가능성 커”

연내 금리인하 2회 유지 … "인하 필요 없다"위원 4명→7명으로 증가

스태그플레이션 색채 짙어져 … 관세 후 첫 성장률 전망 1.7%→1.4%↓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4차례 연속 동결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관세가 물가 상승과 함께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점도표상 연준위원들은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연준위원 19명 중 올해 금리인하가 없다고 예상한 위원 수가 지난 3월 4명에서 7명으로 증가한 점은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연준은 경제전망예측(SEP)를 통해 올해 전망치에 대해서 GDP 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며 스태그플래이션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트럼프 압박에도 독립성 유지 = 18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산매입 축소도 이전과 동일하게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지난 1월 29일, 올해 처음이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던 FOMC 회의를 시작으로 3월 19일, 5월 8일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 탓에 물가 인상 및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서도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되자 자신이 취임한 후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계속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기준금리를 2%p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연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노동시장 조건들도 견고하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책 조정을 검토하기에 앞서 경제의 향후 전개 과정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관망세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고하고 경제가 안정적이기에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기보다 현재 정책 수준을 유지하며 대응할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관세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 표시는 일부 매파적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며 “파월 의장은 관세 영향과 관련해 예측이 매우 어렵고 여름이 지나야 관세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연준 위원 양분화 심화 … 경제전망 하락 = 미 연준의 관세 경계감은 6월 수정 경제전망치에 반영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전망치 대비 0.3%p 하향 조정된 반면에 PCE 및 코어 PCE는 3월 전망치에 비해 모두 0.3%p 상향 조정되었다.

실업률 역시 3월 4.4%에서 4.5%로 0.1%p 소폭 상향 조정되었다. 관세 불확실성이 성장률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준은 경제전망예측(SEP)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3.9%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올해 안에 2차례 이상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10명(3차례는 2명)으로, 3월의 11명보다 줄었다. 올해 1차례만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3월 4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3월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동결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위원 수가 7명으로 증가하면서 2회 인하 8명과 비슷해 지는 등 전망 양분화가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2026년 말 기준금리는 3.6%(지난 3월 3.4%)로, 2027년 말 기준금리의 경우 3.4%(3월 3.1%)로 각각 예측했다.

연준은 다만,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연말 소비자 물가 상승률 및 실업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번 SEP는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처음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는데 시장 예상대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추가로 반영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이하 중간값)를 지난 3월 1.7%에서 1.4%로 내렸다. 이는 작년 12월 2.1%에서 2차례 연속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 전망치는 세계은행(WB)이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예상한 미국 경제 성장률과 동일한 수치다.

연준은 아울러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지난 3월 2.7%에서 3.0%로 올렸고, 연말 ‘근원 PCE 물가 상승률’(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 예상치 역시 2.8%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PCE 물가 상승률 및 근원 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026년의 경우 2.4%(3월 2.2%), 2027년 2.1%(3월 2.0%)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연말 실업률 예측치도 4.5%(3월 4.4%)로 소폭 올랐다. 2026년 연말 실업률도 3월의 4.3%에서 4.5%로 높아졌고, 2027년의 경우도 4.3%에서 4.4%로 조금씩 상향됐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2.00%p를 유지하게 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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