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건강실천율 높이는 교육·사업을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새정부에서는 초고령사회 가속화와 급속한 의료비 부담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한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 각자가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 정보제공, 지원사업이 공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보건의료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지출한 총비용(경상의료비)은 2023년 기준으로 223조원에 이른다. 2022년보다 17조원 늘었고, 2010년 79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의료비 지출이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고령화, 생활수준 향상, 의료기술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의료비 지출 규모는 나라마다 다르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GDP의 약 9~12% 정도를 의료비로 지출해 질병 치료로 인한 가계의 파탄을 막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미국처럼 GDP의 16.5%(2022년 기준)를 의료비로 지출해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그러나 증가 속도가 빨라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20년 후인 2045년 고령화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오래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지만 아픈 상태로 10년 넘게 병상에서 지낸다면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생명 연장은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도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국민 각자 스스로 매일 건강관리를 실천해야 한다. 이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일 것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고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고 음주와 흡연을 즐기면서 병에 걸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은가. 온갖 만성적인 건강문제는 개인의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정적 삶의 태도, 스트레스, 틀어진 자세, 노동과 휴식의 불균형 등이 몸 속 혈액과 근육·신경조직에 장기간 악영향을 줘 생긴다. 오랜 기간 쌓인 원인들로 인해 생기는 건강문제는 짧은 시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만성질환이 생기면 개선을 위한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치료 위주에서 예방중심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새정부에서는 아동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건강실천율을 높이기 위한 학교-보건소-건보공단 등의 교육과 사업이 비중있게 추진되길 바란다.
김규철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