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저성장 접어든 한국 경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2025-06-20 12:59:59 게재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 1970년 이후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떨어졌다. 과연 이번 정부가 성장계단을 올릴 수 있을까. 장담한 ‘코스피 5000’ 시대는 도래할 수 있을까.

경제를 볼 때 구조적 추세와 단기순환을 같이 보아야 한다. 우선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80년대 잠재성장률은 10% 안팎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5%대로 떨어졌고, 현재는 2% 안팎으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한은)은 지난해 12월 2025년에서 2029년까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8%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노동의 성장 기여도 감소를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5월 2025년에서 2030년 잠재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특히 KDI는 2031~2040년 잠재성장률을 0.7%로 예상해 머지않아 우리 경제성장률이 0%대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 1%대 후반 진입

우리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모습을 역대 대통령 재직 시 연평균 경제성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한단계씩 떨어졌다. 예를 들면 박정희 대통령 때 연평균 10.3% 성장했던 우리 경제가 김영삼 대통령 때에는 성장률이 8.1%로 떨어졌다.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는 경제성장률이 5.7%로 다 낮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30대 재벌 그룹 중 16개 해체되면서 기업 투자가 감소했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윤석열 대통령 때는 경제성장률이 2.1%로 더 낮아졌다.

이재명정부의 경제정책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경제수석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대선 공약도 있었다. 이번 정부에서 3% 성장하면 경제성장 계단을 올라서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내재한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노동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은 이미 감소추세로 전환되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인구 자체는 물론 노동가능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가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자본이 증가해야 하는데, 우리 대기업이 이미 자본 스톡을 상당히 축적했기에 자본 투자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이제 인공지능(AI)이 제조업 금융 유통 의료 공공행정 등 대부분 산업에 적용되면서 생산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여기에 우리 잠재성장률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100조원 AI 투자’도 의미가 있다. 국민·기업·연기금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펀드로 이른바 ‘국민펀드’를 설립해 100조원을 투자해 AI로 우리 경제성장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단기 경기순환 측면에서는 회복 국면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도 경기는 단기적으로 순환한다. 우리 경제는 2022년 8월을 정점으로 경기 수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국면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우선 현재의 경기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1월을 저점으로 4월까지 증가했다.

수요 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을 볼 때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우선 GDP의 47.9%(2024년 기준)를 차지하는 소비가 지난 20여 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2003년~2024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2.3%에 그쳐 GDP 성장률(3.3%)을 밑돌았다. GDP의 90%를 웃돌 정도로 가계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은 가계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개인 부문의 자금 잉여가 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그 규모가 215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그만큼 우리 개인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렸던 돈보다 많았다. 개인 간의 차별화는 심화했지만, 소비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건설투자 중심으로 투자도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투자 여력은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 기업이 현금통화와 예금 형태로 947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3일 대기업 총수, 경제단체장들과 만나면서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겠다”고도 했다.

경제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또 다른 축은 수출이다. 지난해 수출이 6.9%(국민소득 기준)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가 2.0%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경제성장률도 0%대로 추락하고 있다. 올해 1~5월 미국과 중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8.6%, 18.4%로 높은데, 이들 국가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나 아세안과 인도 쪽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아세안과 인도의 수출 비중을 합하면 21.4%로 미국이나 중국보다 높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다소 개선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정부지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정부 부채는 GDP대비 43.8%로 주요 20개국(G20)의 91.8%보다 훨씬 낮다. 이와는 달리 우리 기업부채는 GDP대비 110.5%로 G20의 88.7%보다 높다. 우리 가계부채도 90.1%로 G20의 58.3%를 크게 넘었다. 그러나 정부·기업·가계부채를 합한 총부채 비율은 한국과 G20이 240%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이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1분기에 전년대비 0.0%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부터 서서히 오르고 4분기에는 1%대 중후반에 이를 전망이다.

코스피 저평가 해소 과정에서 상승

올해들어 코스피가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6월 13일까지 코스피가 전년 말보다 2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MSCI 세계지수가 5.8%(선진국 5.2%, 신흥시장 10.7%) 올랐다. 특히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은 1.6% 상승에 그쳤다.

우리 주가지수가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은 저평가 상태에서 경기회복 기대가 가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명목 GDP로 추정해보면 2024년 코스피는 24% 저평가됐다. 올해 명목 GDP가 2.9%(실질 GDP 0.9%) 성장하면 적정 코스피는 3263 정도다. 시간이 가면 코스피는 여기에 점차 접근해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 수준을 넘어가면 코스피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다. 2000~2024년에 우리나라 명목 GDP는 연평균 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 6.7% 상승했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이 3.8%(실질 GDP 1.8%+GDP 디플레이터 2.0%)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 상승률은 연평균 5% 안팎에 그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2030년 코스피는 5000보다는 4000대 초반일 것이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에서 기대수익률도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