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되자 행안부·지자체 비상

2025-06-20 13:00:02 게재

새정부 자연재난 대응 첫 시험대

너도나도 ‘빗물받이 청소’ 나서

특교세 300억원 관리비 선지급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재난대응 기관들과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예방 가능한 재난·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고 경고한 탓에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인사 조직개편 등 정부 재난대응체계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각 기관들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부천시 직원들과 자율방재단원들이 빗물받이 내 퇴적물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 부천시 제공

첫 번째 맞닥뜨릴 위기는 극한호우와 폭염이다. 특히 19일 장마가 시작되면서 침수 피해를 막으려고 동분서주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장마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상습 침수지역을 찾아 침수방지시설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오병권 자연재난실장도 서초구 등을 찾아 빗물받이와 우수관로 상태 등을 살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매일 이어지는 현장점검이다.

행안부는 또 19일 지자체의 배수시설 정비에 사용하도록 특별교부세 300억원을 긴급히 교부했다. 지자체들이 자체 정비를 진행 중이지만 추가 재정수요에 대비해 빗물받이 청소·준설 예산을 선제적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특히 이 예산은 ‘예산 성립 전 사용’ 제도(지방재정법 45조)에 따라 즉시 집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홍수통제소에서 진행한 현장점검회의에서 “돈 없어서 빗물받이 관리 못한다는 지자체, 빨리 신고하라고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막힘없는 빗물받이 만들기 홍보문. 경기도 제공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기상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배수시설을 신속히 정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안부와 지자체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여름철 재난피해 예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들의 긴장감은 더 높다. 특히 빗물받이와 우수관로 등 침수 방지시설 관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시는 19일 장마 대비 최종 점검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특히 온천5호교 임시구조물 철거, 동천 가물막이 제거, 명장공원 재해 예방공사 조기 완료 등 위험 요소를 사전에 없앴다. 주민대피 체계도 점검했다. 우선 대피 대상자 660명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공무원과 민간조력자 784명을 사전 지정했고, 상황 발생 시 하천과 지하차도 차단도 선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침수 사전경보, 빗물 그릇 등 이행 가능한 모든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특히 반지하와 지하차도 침수 대비에 진심이다. 침수예보가 발령되면 반지하 가구별로 지정된 동행파트너를 동원해 대피를 돕는다. 이를 위해 재해약자 1130가구에 동행파트너 2887명을 사전 배치했다. 아울러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100곳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차도면 10㎝ 이상 물이 차오르면 즉시 통제한다.

경북도가 20일부터 시작한 ‘우리마을 대피왕’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주민들에게 대피 횟수에 따라 폭염 대비 안전물품 등을 차등 지급하는 사업이다. 대피왕 대표대피소 등도 선발해 주민 대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경북도가 처음 도입한 K-마어서대피 사업의 후속조치다.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체장들이 직접 나서 빗물받이 등 현장 시설을 점검하고 최고 단계 비상체계를 가동하는 등 집중호우 대비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당연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없어야겠지만, 특히 올해는 빗물받이 관리 부실로 인한 침수피해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이런 방식이면 재난 요인 하나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재난대응 체계가 너무 가볍게 움직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빗물받이 청소만 한다고 집중호우 피해를 모두 막을 수 있겠느냐”며 “지자체들이 차분히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정신없이 몰아붙여 오히려 다른 곳에서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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