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경찰개혁, 시도경찰청장 중심의 분권화로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진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일극적 성장이 아니라 지역과 국민이 함께 나누는 실질적이고 균형잡힌 분권적 경제체제를 뜻한다. 그 배경은 산업화 시대의 성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의 희생과 침체, 나아가 소멸 위기에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단순히 예산을 지방에 더 푸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권력구조, 행정 시스템, 그리고 의사결정 주체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치안 역시 마찬가지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경찰개혁은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찰 서비스를 스스로 결정하고 적기에 집행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2021년의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은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자치경찰제는 중앙집권적 경찰체제를 넘어 지역 주민의 삶과 밀착한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17개 시·도에 설치된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기존 경찰청장의 권한 일부를 이양받아 지역 내 자치경찰 사무를 시도경찰청장을 통해 지휘하고 감독한다.
특히 지방경찰청이 사라지고 ‘시도경찰청’으로 전환된 점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경찰권의 무게 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서비스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해야
법적으로 시도경찰청장은 경찰청장(국가경찰사무), 자치경찰위원회(자치경찰사무), 국가수사본부장(수사사무)으로부터 복합적인 지휘를 받는다. 이는 과거 경찰청장의 단선형 명령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성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찰 지휘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구조다. 따라서 시도경찰청장에게는 주민주권적 관점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해졌다.
자치경찰제의 실질적 안착을 위한 핵심 개혁 과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사무 배분이다. 인원 장비 사무공간 등 중요한 자원들이 어떻게 분리되고 관리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설령 합의가 이루어져도 점진적인 제도 개선은 분리에 따른 혼란과 업무 중복 혹은 공백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부작용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재명정부의 혁신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해결책은 시도경찰청 이하 모든 경찰관서를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이다. 이는 ‘분권(Power Sharing)’이라는 대통령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지방정부가 치안의 주체로서 실질적이고 완전한 자율성 및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촘촘히 얽힌 관련 법규가 자치경찰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경찰청장의 ‘치안종합성과 평가계획’은 자치경찰위원회의 경찰법상 평가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경찰서장의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단 2점만 허용돼 자치경찰위원회는 관내 경찰서장에게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수많은 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다.
정부가 바뀌고 다시 검찰개혁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경찰개혁이 미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찰개혁이 후순위로 밀리면 지방을 살리는 중요한 카드를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시도경찰청은 단순한 경찰청의 지방조직이 아니다. 자치경찰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경찰조직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시도경찰청 이하 경찰관서를 자치경찰 조직으로 만드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 개혁을 통해 업무중복과 공백을 줄이고, 고위직 경찰공무원의 증원 및 사무공간 증설에 따른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결국 가야 할 길이라면 돌고 돌아서 갈 이유는 없다.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 개혁 필요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것은 더 강한 경찰이 아니라 더 책임 있는 경찰, 더 많은 권한이 아니라 더 균형 잡힌 권력 구조다. 실질적인 자치경찰제의 안착은 경찰의 ‘진짜 성장’이 될 것이며, 시도경찰청장의 역할 재인식은 이재명정부의 상상력을 제도화하는 중요한 교두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