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교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확전 위기에 글로벌경제 ‘휘청’
이 대통령 나토 불참, 중동리스크 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정권교체라는 단어는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면서도 “이란이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면 왜 정권교체가 일어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 직후 나왔다. 트럼프는 “공격은 정밀하고 강력했으며 피해는 기념비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잠수함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을 타격했다. 작전명 ‘한밤의 해머(Midnight Hammer)’ 실행을 위해 미주리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폭격기는 37시간을 비행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이 아닌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며 “정권교체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생각이 다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권교체는 전쟁을 끝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발언은 네타냐후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강력 반발하며 외교적 군사적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 대표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핵확산금지조약(NPT)를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규탄하면서 “균형 잡힌 보복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은 테헤란 인근의 군시설을 재정비하고 탄도미사일 및 드론 병력을 전방에 재배치하는 등 즉각적인 군사 대비에 나섰다.
또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 해협은 세계 석유의 약 25%, 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봉쇄가 현실이 되면 국제 에너지 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3% 이상 급등했으며 최악의 경우 배럴당 1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JP모건은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보유한 기뢰와 소형정 전력은 해협 봉쇄에 충분한 전술적 위협이 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수입 원유의 71%가 중동산이며, 그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경제적 여파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현재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2% 오른 배럴당 75.8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S&P500지수 선물은 0.6% 하락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09% 내렸다. 또 비트코인은 10만달러선이 붕괴됐고, 가상화폐 매도세가 확산되며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또다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란 연계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과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의 물리적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뉴욕시가 최고 경계상태에 돌입하는 등 전국 주요 도시와 기반시설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FBI는 테러 위험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정부와 공유하고 있으며, 종교시설과 대중 교통망에 대한 감시도 강화했다.
한국정부도 중동정세를 예의주시하며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최종 결정한 것도 중동 리스크로 인한 경제 대응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3일 오후 열리는 첫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국내 현안 외에도 중동의 전운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철·김형선·양현승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