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도 핵시설 손상…“완전 제거” vs “지상부만 피해”
미, 벙커버스터 14발 투하 미-이란 엇갈린 피해 평가
미국이 22일 새벽(이란 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의 핵프로그램 역량에 실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습 직후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됐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본토에서 이란으로 날아간 B-2 폭격기 7대 중 6대를 이용해 GBU-57 총 12발로 포르도를 공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환기구를 통해 폭탄을 떨어뜨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위성기업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공습 다음 날인 22일(미국 현지시간) 촬영한 포르도 핵시설의 사진을 보면 미군이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6개가 있다. 분화구 모양의 이들 구멍은 2곳에 3개씩 모여 있다.
그런데 2009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폭탄이 떨어진 2곳은 원래 환기구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위치했던 장소다.
공습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며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 일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후퇴시켰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AP 통신은 공습 후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시설 출입구가 파손된 모습이 관측됐으며 주변 산악지역 색깔이 갈색에서 회색으로 변한 점 등을 들어 벙커버스터가 명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주요 핵시설의 농축 물질을 미리 다른 장소로 옮겨놓아 미군의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틀 전인 지난 20일 모센 레자에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농축 물질이 옮겨져 안전한 장소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습 이후에도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소식통을 인용해 “3곳 시설이 오래전에 대피했으며 농축 우라늄도 안전한 곳으로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지하 핵시설 3곳 주변의 방공시스템이 작동했다”며 “출입구에 경미한 표면적 손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공격이 성공적으로 저지됐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레자 카르단 이란원자력청(AEOI) 부청장은 성명에서 “신중한 사전 대비와 대응 조치로 핵시설 안팎에서 방사능 오염이나 방사선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소집된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브리핑에서 미국의 공습을 받은 핵시설 3곳에서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르도 지하 핵시설의 피해 상황은 알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핵프로그램의 심장부다. 이란 곰 주의 천연 요새인 산악지역에 있고, 깊이는 80~90m로 추정된다. 이란은 2009년 IAEA에 이 시설 존재를 인정하며 원심분리기 3000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고, 최근 IAEA 보고서는 원심분리기 2700대가 실제 설치됐다고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