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충청권…지역현안사업 먹구름
시·도지사 4명 모두 국힘 소속
“할 말은 하지만 변화 불가피”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어수선하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새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시·도지사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까닭이다.
당장 새정부의 해수부 부산 이전이 도마에 올랐다. 세종시에 위치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충청권 국힘 소속 국회의원 등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이전은 단순히 정부부처 하나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며 “‘행정수도 건설’을 사실상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가 해수부 이전을 밀어붙이면 행정수도 건설 과정에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모든 지자체들은 그 선례를 근거로 행정수도를 나눠가지겠다고 달려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충남도의회는 24일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앞서 대전시의회는 지난 19일에 해수부 이전 반대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들 광역의회는 모두 국힘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시·도지사 4명은 지난 19일 오전 긴급회동을 통해 반대 입장을 개별적으로 밝혔을 뿐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정치권과 단체장이 역할분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권과의 대립은 국회 등 정치권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등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은 모두 초선이다. 1년 남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하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개 시·도 모두에서 승리했다. 대전 7.92%p, 세종 22.41%p, 충남 4.42%p, 충북 4.25%p 격차가 났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국힘이 곧바로 치른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고려하면 시·도지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 몰린 셈이다.
지역에선 이들이 사실상 생존게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도지사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2년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3개월만에 치러졌지만 이번엔 1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재선을 위해선 성과를 내야 하지만 새정부와 현안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대전시의 경우 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국방 등 6대 전략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가능한 사업이다. 충남도 역시 베이밸리, 국방클러스터 조성, 지천댐 건설 등 지난 3년간 매달려온 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해야 하는 단계다. 여당과 이견이 있었던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통합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세종시도 행정수도 완성이나 한글문화단지 조성 등의 목표를 고려하면 새 정부와 등을 져서는 안된다. 충북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청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지방행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청권 4개 시·도도 조금씩 입장을 바꾸고 있다. 정부정책에 맞게 현안에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당장 지역화폐 발행에 반대해왔던 대전시는 내달부터 지역화폐인 대전사랑카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5일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한다. 국회의원 7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충청권의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해수부 이전처럼 문제가 있는 정책에 대해선 할 얘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기존 사업을 차분하게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