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선거 참패 자민당, 총선 앞두고 전국민 보조금 공약

2025-06-24 13:00:02 게재

1인당 2만엔 지급 내세워…야당은 소비세 감세 공약

소비자물가 3.7% 상승, 서민생활 고통에 공약 부정적

자민당, 도쿄도 의회 선거서 역대 최소 의석 확보 참패

일본 집권 자민당이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 현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이 다음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일본 정치권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최근 고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전국민 1인당 현금 2만엔(약 19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자민당의 선거 공약에 반영하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국민 1인당 2만엔을 지급하고, 주민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 세대를 대상으로 2만엔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세수 동향을 살펴 적절히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며 “적자 국채에는 의존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약에 필요한 예산은 약 3조엔(약 2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자민당의 전국민 지원금 공약에 대한 일본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산케이신문이 지난 14~15일 18세 이상 국민 102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민당의 현금 지원 공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33.8%에 그쳤다. 부정적 응답은 65.7%에 달했다.

아사히신문이 같은 기간 1256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도 부정적 응답률이 67%를 차지했다.

아사히신문은 “식료품 소비세 감세를 주장해 온 입헌민주당 등이 돈 살포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식비와 관련한 연간 소비세 부담이 1인당 2만엔 정도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선심성이 아니라 곤란한 분들에게 중점을 둔 지원금을 마련하도록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10일 참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며 소비세 감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식료품에 붙는 소비세율을 현재의 8%에서 최장 2년간 0%로 낮추는 내용이다. 소비세 감세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국민 1인당 2만엔을 지급하는 것도 공약에 넣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국민 생활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참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고물가를 방치하기만 할 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유신회도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0%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민주당은 한시적으로 모든 소비세를 5%로 인하할 것을 내세웠다. 현재 일본 소비세는 10%이다.

한편 2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어 참패했다. 기존 30석에서 9석 감소하며 역대 최소 당선자를 배출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는 제1당을 차지했다. 도민퍼스트회는 기존 26석에서 5석 증가한 31석을 획득했다.

자민당이 참패한 결정적 요인으로는 부적절한 정치자금 문제가 꼽힌다. 도쿄도의회 자민당은 당의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수입의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최근 쌀값 급등에 따른 고물가도 선거에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달(3.5%)보다 0.2%p 확대됐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교도통신은 쌀값 상승률이 101.7%로 급등하는 등 식품가격 급등이 전반적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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