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태로운 휴전’ 안간힘
이란·이스라엘 양측 모두 압박 … 집권 2기 최대 성과 ‘굳히기’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휴전이 성사됐음을 직접 발표했다. 이어 24일에는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위반하지 마라!”는 경고성 글을 올렸고, 동맹국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폭탄들을 (이란에) 떨어뜨리지 말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이 우방국에 군사적 행위 자제를 직접 요구한 드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B-2 폭격기 조종사들의 공로를 치켜세우며 이번 중재 결과를 자신의 리더십과 결단의 산물로 묘사했다. 그는 이란의 핵시설 공격과 휴전 성사 과정을 연계시키며 이를 집권 2기의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또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 구매하게 됐다고 언급하면서 중동 안정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동에서의 미군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감세 법안, 관세 협상, 대 중국 전략 등 굵직한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중동 분쟁의 장기화를 막아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는 길에 그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가 휴전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권 교체는 혼돈을 수반한다”며 사태의 조기 진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휴전 수용에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제 규범에 따라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부터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패배를 인정하고 침략을 중단하게 만든 승리”라고 자평했다. 미사일 공격을 통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줬으며, 카타르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발효 직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이유로 이를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메시지 이후 군사 행동을 제한적으로 축소했다. 테헤란 인근의 레이더 기지를 표적으로 한 공습은 상징적 의미에 그쳤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대규모 공습 계획을 취소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상대방이 휴전을 존중하는 한 자신들도 이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고, 군 지도부는 작전의 초점을 가자지구로 전환하며 하마스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이란에 대한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경계심을 유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환영하며, 양국이 이를 온전히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양국 국민이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이번 합의가 중동 전체의 갈등 완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간 분쟁의 ‘심판’ 역할을 자처하며 위기를 급하게 봉합한 모양새다.
양측의 깊은 적대감과 상호 불신을 고려할 때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해 위기를 키울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입장에선 중동문제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재집권하자마자 추진한 관세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전략은 물론이고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국 내부 불만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 핵시설 직접 폭격이라는 초강수를 둬가며 휴전을 이끌어 낸 만큼 그 성과를 집권 2기의 전환점으로 삼아 국내 정치 및 대외 전략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