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금융위 보다 금감원에 무게?
금감원에 “AI 종합적 비전 마련해달라”
불공정거래 강력대응, 소비자보호 강화 주문
이재명정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정기획위원회가 AI(인공지능) 정책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AI 3대 강국’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요직에 AI 전문가를 임명하는 등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24일 금감원 업무보고를 받은 국정기획위원회 정태호 경제1분과장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AI 정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금감원 차원에서의 AI 정부 실현과 관련된 종합적 비전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이를 위한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과 관심을 가져주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생각의 혁신을 가져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 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다. 당시 정 분과장은 “금일 금융위 보고사항 중 벤처 스케일업, AI·데이터의 활용방안 등은 이전 정부부터 논의된 주제인데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금융권의 AI활용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첫 번째 추진과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권 AI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오픈소스 AI 서비스 개발 및 활용을 통합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목표 시점보다 AI플랫폼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
금감원 업무보고에서는 당면 현안으로 △자본시장의 신뢰도 제고 △불완전판매 및 민생 금융범죄 피해 방지 등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제고 △가계부채·PF 등 리스크관리 강화 △소상공인 등 자금공급 확대 △AI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금융 활성화 필요성 등의 점검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코스피 5000’을 이행하는데 걸림돌로 지목된 자본시장 불공정 요인의 해소를 위한 방안과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분쟁조정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과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 신설 등도 논의됐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정에 금융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국정기획위는 대형 소비자피해 문제(사모펀드, H지수 ELS 등)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기획위 위원들은 미 관세충격,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융·경제 상황이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자본시장 불공정 요소에 대해 강력하고 신속히 대응해 줄 것과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혁신하고, 금융회사에 소비자보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등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업무보고가 (금융위에 비해) 무난하게 끝난 것은 맞다”며 “금감원이 정부 부처도 아니고 감독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특성이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