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신속한 금리 인하 불필요…관망 적절”
미 경제·고용 여전히 양호
6월 물가상승률 지표 중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신속한 금리 인하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 경제와 고용이 여전히 양호하기에 당분간 관망의 자세가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미 연준 인사들의 7월 금리 인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6월 물가 상승률 지표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 지켜봐야 =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7월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의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억제된다면 금리를 조기 인하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다만 현 상황에서 특정한 시기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파월은 또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여름 동안 다시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어 당분간은 기다리면서 가능성 높은 경제 경로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월은 “최근 경제지표들은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지지하지만, 관세 인상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다수 경제학자들의 예상에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 단일대오 흔들 = 다만 최근 미 연준은 조기 금리 인하 발언이 잇따르며 단일 대오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달리 미 연준 인사들의 7월에 금리 인하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다음 달 회의부터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보우먼 연준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르면 다음 FOMC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7월 금리 인하 불씨를 더욱 키웠다. 오스탄 굴스비 미 시카고 연은 총재도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없으면 금리 인하를 재개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 단일 대오를 유지하던 미 연준 내에서 금리 인하 재개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미묘한 입장차가 불거지는 배경은 △관세 충격이 우려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준의 시각과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미 경기 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차원 △파월 의장의 조기 레임덕 여파라고 분석했다.
최근 금리 인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파월 의장 흔들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파월에 대해 ‘너무 늦은 파월’(Too late Powell) 이라며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연준의 ‘너무 늦은’ 제롬 파월이 의회에 나가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는지 설명하게 될 것”이라며 “의회는 이 고집 세고 멍청한 사람을 철저히 질책해야 한다. 우리는 그의 무능함에 대해 오랫동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에 미 연준을 견제할 ‘그림자 의장’ 선임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후임자를 이례적으로 조기에 지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위 ‘그림자 연준 의장(Shadow Fed Chair)’을 내세워 파월 의장의 정책 발언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이른바 ‘식물 의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7월 인하 가능성 배제 못해 = 이런 가운데 6월 물가 지표는 7월 금리 인하 현실화 여부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7월 상호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는 동시에 6월 소비자물가를 포함한 주요 물가지표 안정세가 재차 확인된다면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만약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9월 FOMC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줄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전망을 수치화한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 들어 다시 하락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경제에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뉴욕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1%대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전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이에 주가의 추가 상승 여지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 회의에서 금리동결 확률을 전날 17%에서 이날 15%로 낮췄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