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에 세계인도 관심
스웨덴 ‘알메달렌’ 한국포럼 개최
공식세션 참가신청 역대 첫 사례
브레인파크 주최, 내일신문 후원
북유럽 최대 정치축제인 스웨덴 ‘알메달렌 주간’에서 25일(현지시간) 한국 정치인들이 12.3 비상계엄부터 새 정부 출범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경험을 소개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57년 역사의 ‘알메달렌 위크’에서 한국 관련 공식 행사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물론 스웨덴 주민들도 한국포럼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기조발제를 맡은 황대호 위원장은 “한국은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마주했으나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반년 만에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며 “1919년 3.1 시민혁명에서 1980년 광주, 1987년 시민항쟁까지 과거의 기억과 연대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됐다”고 소개했다.
황 위원장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시민의식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 극복의 힘이자 미래를 지키는 밑거름”이라며 “한국도 K-민주주의, K-한류의 힘으로 스웨덴 알메달렌처럼 세계 시민과 공존·교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25 한국전쟁도 이겨내고 쿠데타도 이겨낸 대한민국에서도 ‘알메달렌’이 열린다면 대화와 타협이 있는 정치, 생각이 달라도 논쟁과 토론을 축제처럼 즐기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광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시민정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는 이 광장의 열기를 어떻게 승화시키느냐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탄핵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2030세대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온 것은 단순히 대통령 하나 바꾸겠다고 나온 게 아니라 편견과 차별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최근 10년 사이 두번 대통령을 탄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저력을 보여줬다”며 “K-팝, K-푸드, K-컬처도 세계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결정판인 K-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강조했다.
알메달렌 행사장을 찾은 스웨덴 방문객들도 한국포럼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 입양동포이면서 스웨덴 교육방송(UR) 기자인 다이엘(이진수)씨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치를 하는 나라인데 그런(비상계엄) 일이 벌어져서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40대 스웨덴 한 남성은 “민주주의는 나라마다 정의나 기준이 다른데 한국은 민주주의 과정을 잘 밟아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계엄·탄핵 상황과 관련)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완성하려면 시간이 요구된다. 한국은 잘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장을 운영한다는 스웨덴 60대 여성은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치하려면 서로 대화를 할줄 알고 합의를 해내야 하고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번 알메달렌 한국포럼을 주최한 박동완 브레인파크 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도 정부관계자 지자체장 등 많은 사람들이 알메달렌을 배우겠다고 다녀갔지만 직접 행사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첫 행사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한국형 정치축제를 만들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