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 보수화’ 현상 진단 토론회
‘이대남’<20대 남성> 정말 극우화됐을까 …“진보 이중성에 진보 가치도 거부”
“가부장 사회 기득권 뺏긴 첫 세대, 삶의 조건 실질적 개선에 집중해야”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4%가 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남의 보수화·극우화’ 논쟁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정혜경 손솔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2030 남성의 선택,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는 2030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단순히 젠더 이슈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다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20대 남성의 의식은 단지 정치적 태도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예컨대 복지보다는 성장, 환경보다는 개발, 중국간첩 선관위 침투설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폭탄에 대한 미국 요구를 수용하자는 의견도 43%에 달했고, 북한이탈주민·외국인노동자·난민·동성애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20대 남성이 모든 사안에 대해 극우적인 경향을 띠는 것은 아니다. 신 원장은 “20대 남녀 모두 차기 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면서 “적폐청산-권력기관 개혁에 나서야 하며 부동산 가격안정 및 주거문제 해결, 세금연금 등 복지재정 개혁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평균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전체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서부지법 사태는 두 가지 점에서 극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첫번째는 재판 과정이나 제도적 결정에 대해서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두번째는 그 방법이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3~4월 여론조사에서 헌재 결정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40% 가까이 나왔는데 저게 서부지법이랑 연결이 되면서 오해를 낳았다”면서 “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게 서부지법 사태 주동자들이고 20대 남자들이 대체로 극우이고 민주주의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을 하는 집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서부지법 사태에 대해 20대 남자가 굉장히 우호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 조사를 해보면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들에 대해서 20대 남자 64%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을 했다”면서 “이런 걸 보더라도 20대 남자 전체를 극우로 등치시키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현재 제기되는 ‘이대남의 보수화(극우화)’ 혹은 ‘2030 남성의 보수화’에 대한 논평의 문제점은 작용 없이 반작용만을 살피는 담론”이라면서 “조국 사태, 인국공, 공공의대, 부동산 파동, 게임 셧아웃 등 다양하게 청년세대에게 영향을 미쳤던 현상들을 제외하고 이들의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남성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극우화’ 프레임을 넘어 보다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조사 결과 20대 남성 중 보수 성향을 띠는 비율이 과거보다 증가했지만, 이는 주로 젠더 이슈나 공정성 이슈 등 특정 이슈와 관련이 있으며, 전체 정치적 성향이 고정된 극우 성향이라기보다는 특정 이슈 중심으로 움직이는 ‘스윙보터’의 특성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박태훈 청년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은 “20대 남성들은 기성세대 남성들을 자신들과 같은 치열한 경쟁 없이 그 자리에 거의 무임승차한 사람들로 보고 있다”면서 “20대 남성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과거의 남성들에 비해 한정적이며, 20대 여성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기성세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보이는 행태와 자신들이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반감은 청년 남성들이 보수화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86세대는 민주화 세대를 자처하며 진보적 가치를 표방했지만, 자신들의 여성혐오적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지 않은 채 젊은 세대에게 페미니즘을 설교했다”면서 “이러한 기성 진보세력의 이중성은 청년 남성들로 하여금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진보적 가치들까지 거부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박탈당하고, 능력자의 자리를 획득하지 못한 청년 남성들은 분노와 억울함을 공유하며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남성으로서 전통적으로 부여받은 사회적 기득권을 위협받거나 빼앗겼다고 여기는 역사상 거의 첫 세대이기 때문에 감정적이 되고 극보수화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승자는 독점을, 패자는 절망이 당연하다는 사회 속에서 비뚤어진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그들의 삶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청년 고용과 부동산,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