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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신고제도, 회계투명성과 자정력 확보의 열쇠

2025-06-27 13:00:06 게재

2024년 12월 26일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A사는 금융기관 차입금 만기연장을 위해 고의로 현금과 당기순이익을 과대 계상하고 이를 외상매출금 등으로 대체하거나 허위 외상매출금을 외상매입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은폐했다.

더 나아가 목표한 이익을 맞추기 위해 기말 재고자산 명세서를 조작해 재무제표 수치를 부풀렸다. 이에 대해 내부 직원 乙은 관련 증거자료를 첨부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했고 A사는 감리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재를 받았다.

이 사례는 내부신고제도가 단순한 고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회계투명성과 시장 신뢰를 지키는 실효적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새 정부가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강조하는 ESG 경영에서 내부신고제도는 G(Governance, 지배구조)를 구현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히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보고서 제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부조리를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감지하고 정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ESG 거버넌스다.

회계투명성과 시장신뢰 지키는 실효적 장치

정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내부신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부터 공공기관은 외부위탁 방식의 독립적 신고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되었고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에도 유사한 제도 운영이 권고되고 있다.

아울러 2023년 5월에는 '회계관련 부정행위 신고 및 포상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포상금 기준금액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신고 유인을 높이고 실질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

그 결과 내부신고의 양적·질적 성과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년 회계부정 신고는 179건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포상금 총액은 4억700만원으로 1.6배 증가했다. 건당 평균 지급액도 5814만원으로 대폭 상승했으며, 역대 최고인 2억700만원이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신고 장려를 넘어 내부신고가 조직 리스크 관리의 실질적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트렌드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세계적인 윤리경영컨설팅업체 나백스(NAVEX)의 2025년 내부신고 벤치마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4000여개 조직에서 총 215만건의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는 직원 100명당 평균 1.57건에 해당한다. 이 중 46%가 사실로 확인되었으며 웹 기반 익명 신고가 전화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해 디지털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내부신고제도는 이제 단순한 준법 감시도구를 넘어 윤리경영의 실행력과 지속가능한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갖춘 조직으로 평가받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ESG 평가기관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유무와 운영 수준을 지배구조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에 기반해 기업 가치를 판단한다.

즉 내부신고제도는 회계뿐 아니라 평판·법률·지속가능성 전반에 걸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ESG 대응 전략이다.

그러나 제도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 신고자의 용기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 신속하고 공정한 후속조치, 그리고 조직 내 심리적 안전지대 조성 없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는 ESG의 S(Social) 요소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 자정능력과 투명성 제도화의 핵심 수단

특히 내부신고제도가 조직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차원의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전 구성원이 제도의 취지와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교육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내부신고제도는 살아 움직이는 조직의 핵심 시스템이 된다. 결국 내부신고제도는 ESG 경영의 기반이자 기업의 자정능력과 투명성을 제도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2025년은 이 제도가 선언을 넘어 실제로 작동하는 원년이 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누군가의 정직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조직문화로부터 시작된다.

윤길배 공인회계사 BDO성현회계법인 대표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