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약자 필수 서비스 ‘병원안심동행’ 안착

2025-06-27 13:00:14 게재

보호자 동반 필요한 진료 시 도우미

1인가구·가족동행 어려운 시민 애용

25일 오후 3시 30분.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앞에서 전상은씨가 초조한 얼굴로 회복실 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장내시경을 마치고 회복실에 들어간 김용훈씨가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게 20여분이 더 흘렀고 마침내 보호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리나케 회복실로 들어간 전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김씨를 부축하고 회복실 문을 나섰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전상은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오른쪽)가 내시경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나온 환자를 안정시키며 귀가 방법, 수납 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이제형

전씨는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하루 4회 주 5일, 한달에 80여회를 환자와 동행해 병원에 온다. 새벽배송 일을 하던 김씨는 갑자기 병을 얻어 기관지와 대장이 크게 손상됐다. 정기적으로 내시경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대병원은 보호자 없인 시술이 불가능하다. 가족(누나)이 있지만 생계 때문에 매번 김씨를 데리고 병원에 올 수가 없다.

전상은 서울시병원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왼쪽)가 25일 서울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뒤 환자를 부축해 혜화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이제형

◆때 놓치지 않고 치료 받는데 도움 =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이 의료 약자들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김씨처럼 보호자 동반이 필수인 경우는 물론 병원까지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에겐 공공의 도움이 이처럼 절실한 적이 없을 정도다. 이틀에 한번씩 매주 3회 병원에 가야하는 투석환자, 그 가운데서도 시각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대표적이다. 가족이 있어도 매번 동행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번 이용 시 5000원만 부담하면 되는 동행서비스는 이때 좋은 대안이 된다. 저소득층(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는 연간 48회까지 아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병원동행매니저는 의료와 연계된 서비스인 만큼 자격요건과 특정 교육을 이수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넷 중 한개 이상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매니저와 환자 매칭은 동성만 허용한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앱을 활용해 서비스 단계별로 센터와 수시로 상황을 공유한다.

◆체계적인 매니저 양성 = 철저한 관리와 매니저 운영 덕에 동행 서비스 이용객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서비스 첫해인 2022년 1만772건이던 이용 실적이 지난해 1만9201건까지 늘어났고 이용객 수도 2165명에서 3311명까지 증가했다.

양질의 매니저를 수급하기 위한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50플러스재단은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병원안심동행 매니저 훈련 과정을 만들었고 연간 4회, 총 12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의료약자에 대한 필수 서비스 기능이 알려지면서 10곳 이상 지자체가 서울시 사례를 배워가기도 했다. 복지부도 관심을 갖고 해당 서비스 확대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동행서비스의 중요한 장점으로 적기 치료를 꼽고 있다. 동반자가 없어 병원 가기가 어려운 환자는 진료와 치료를 미루기가 쉽다.

복지업계에선 양질의 매니저를 계속 수급하려면 이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이 있긴 하지만 부축하던 환자가 넘어져 낙상을 입는 일 등 사고 발생 시 기관과 매니저 사이 책임소재가 모호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올해 2년째 동행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전씨는 “간혹 까다로운 이용객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서비스에 감사를 표하며 친절하게 대해준다”며 “26번을 동행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던 한 고객이 ‘당신과 이 서비스 덕분에 무사히 암 치료를 끝냈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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