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유럽연합(EU)

2025-06-27 12:19:17 게재

한국 외교관이 전하는 브뤼셀 3년의 생생한 경험

한국 외교에서 유럽연합(EU)은 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할까. 이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 나왔다. 김형진 전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가 펴낸 ‘왜 유럽연합은 한국외교에서 잘 보이지 않을까’는 3년간의 브뤼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연합의 실체와 한국과의 관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저작이다.

김형진 지음·박영사·2만5000원
김형진 지음·박영사·2만5000원

저자는 서문에서 “한 알의 모래를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듯이 유럽연합을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다”며 유럽연합이 하나의 독립된 세계임을 강조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연합 주재 대사로 근무하며 직접 경험한 유럽연합의 안팎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연합의 발전과정과 주요기관 정책결정과정을 차례로 설명한 뒤 주요 대외관계와 한국과의 관계 북한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한국과의 미래 관계 방향을 제시했다.

신임장을 제정
김형진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는 2017년 2월 22일 도널드 투스크(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한-EU 관계 전반, 북한 문제 관련 공조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특히 저자는 2017년 도널드 투스크 당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한국을 “최고의 파트너”라고 평가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과 유럽연합 관계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당시 한국은 유럽연합과 기본협정 자유무역협정(FTA) 위기관리협정 등 정무 경제 안보 분야 3대 협정을 모두 체결한 유일한 국가였다.

유럽연합이 개인정보 보호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범세계적 기준을 선도하는 ‘브뤼셀 효과’도 주요하게 다뤘다. 저자는 “유럽연합은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며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제3위 경제권으로서 영향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유로화 위기 난민문제 등으로 유럽연합 해체론이 제기될 때마다 “우리를 죽일 수 없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처럼 더욱 강해져 왔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브뤼셀을 “체크아웃은 할 수 있어도 떠날 수는 없는” 호텔 캘리포니아에 비유하며 유럽연합이 갖는 구심력을 설명했다.

2025년은 한국과 유럽연합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5주년이 되는 해다. 저자는 “양측은 많은 문제에서 사전에 조율하지 않아도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파트너”라면서도 “상호 관심과 이해의 수준이 높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브뤼셀에는 단일도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사 400명이 주재하는데 미국만 3명의 대사가 있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의 복잡성을 설명했다. 유럽연합 벨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각각 별도의 대사가 주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38년간 정부에서 근무하며 국가안보실 제2차장 외교부 차관보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맡았고 6자회담 4자회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협상 등에 참여했다.

이 책은 유럽연합을 단순히 국제기구가 아닌 하나의 정치체로 이해하고 한국 외교의 새로운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국 중국 일본에 가려진 유럽연합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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