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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텔리전스’ 어디로 가고 있나

2025-06-30 13:00:01 게재

애플은 ‘애플II’라는 키보드 일체형 PC를 1977년 출시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장을 연 회사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에서 연구실 제품 수준의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견식한 다음 애플에서 출시한 ‘리사’ ‘매킨토시’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개념과 시장, 역사를 완전히 바꾼 혁명적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후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와의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 애플을 떠난 다음부터 복귀하기까지 애플은 긴 침체기에 들어간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제품 아이템은 혁신적 디자인의 ‘아이맥’, MP3 플레이어 ‘아이팟’,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 ‘Mac OS X’, 기존과 완전히 다른 개념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기존과 완전히 다른 개념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였다. 단순히 해당 제품들이 속한 카테고리만을 따져 보면 PC, MP3 플레이어, OS, 휴대폰 등으로 별 다른 게 없어 보이는 것은 물론, 각 카테고리 역사에서 최초의 제품들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제품들이 상업적으로 거대하게 성공한 최초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 애플의 가장 차별화된 능력은 HCI(Human Computer Interfaction)에 대한 기술력이다. HCI은 사실 학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이고 일반적으로는 UI(User Interface), UX(User Exprience)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애플 제품들은 유용성 → 사용성 → 감성영향력의 단계로 연결되는 HCI의 일반론에 매우 충실한데,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던 진부한 제품 카테고리도 애플이 제품을 출시하면 새로운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곤 했다.

지지부진한 ‘애플 인텔리전스’에 시장 실망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지부진에 대해서 말이 많다. 2024년에 예고했던 추후 로드맵의 일정과 목표 수준을 최근까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애플이 가진 ‘인공지능 관련 기술력의 한계’로 바라본다면 그리 정확한 관점이 아니다. 애플뿐만이 아니라 현존하는 그 어떤 회사도 ‘애플 인텔리전스’가 목표로 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현재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애플 경영진과 기획팀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HCI를 고집하다 보니 현 시점의 인류가 가진 인공지능 기술보다 한단계 높은 목표치를 설정해 버렸다고 판단한다. 즉 HCI 관점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애플의 철학과 현재 인류의 인공지능 기술이 가진 한계가 서로 부딪히고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이에 대한 일종의 변명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추론이라는 관점과 정확도라는 관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사실’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제대로 된 내용이다. 그리고 ‘챗GPT’ 출시 이후 ‘거대언어모델’ ‘생성형인공지능’ ‘인공일반지능’에 대한 관심과 붐,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확도와 신뢰도라는 관련 기술의 본질에서 보자면 기술적 한계는 수년 동안 답보 상태다.

아마도 ‘애플 인텔리전스’가 제대로 출시되려면 HCI에 대한 자신들의 기준을 낮추고 타협을 하거나, 아니면 인류가 가진 인공지능 기술의 한단계 이상 도약이 필요할 것 같다. 애플은 현재 자신들의 가장 큰 특기이자 장점인 HCI가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과 충돌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스마트 글래스 출시 아직 시간 필요할 듯

또 다른 기대작이었던 ‘애플 비전 프로’는 최근 업그레이드된 운영체제인 비전OS26이 놀라운 혁신성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안경이 아닌 얼굴을 덮는 형태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비전OS26은 HCI 측면에서 탁월하지만 이를 구동하는 기기 자체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반영된 것이 현재 애플의 주가다.

만약 비전OS26이 안경 형태의 기기에서 구동 가능하게 된다면, 만약 접고 펼 수 있지만 전혀 주름지지 않고 내구성도 반영구적인 화면을 가진 아이폰이 나온다면 또 하나의 혁신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애플이 2024년 처음부터 목표로 제시한 수준의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술에 도달, 비전OS26으로 구동되는 스마트 글래스 출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