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국이 우방국 국방비 대거 증액 요구하는 이유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국가들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릴 것으로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이처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미국의 안보정책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우방국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국방비 대거 증액 요구는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치킨게임에 동참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구상 유일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인류 역사가 보여주듯이 패권국은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 저지를 가장 중요한 안보 목표로 간주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47년 이후의 미국의 소련 봉쇄전략은 소련의 패권국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이 같은 저지가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미국은 붕괴를 추구했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당시 미국은 소련과 긴장완화를 추구했다. 그 와중에서 소련이 본격적으로 패권을 추구했고, 이 같은 소련의 패권 추구 저지가 곤란해질 것으로 보이자 1980년대 초반 등장한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 붕괴를 추구했다.
레이건은 미국과 우방국의 능력 증진과 우방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소련과의 긴장완화 차원에서 1970년대 당시 주한 미 지상군 철수를 주장하던 미국이 레이건 취임과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철회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추구했는데 이는 소련 붕괴를 겨냥한 것이었다.
패권 놓고 벌이는 강대국들의 치킨게임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아태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자 노력하는 반면, 미국이 이 같은 중국의 노력에 저항하고 있다. 중국의 노력이 집요하고 상당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오늘날 미국은 중국 붕괴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인 듯 보인다. 바이든행정부 당시의 쿼드, 오커스, 반도체 동맹은 이 같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은 한국,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으로 연결되는 중국을 겨냥한 ‘봉쇄의 고리’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재래식 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필리핀에 9개 이상의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기지와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노력에 중국은 일대일로와 브릭스(BRICS) 등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항하고 있다. 또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말경 당시의 소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중 치킨게임의 결과 중국이 자체 붕괴하기를 염원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또한 소련과 유사한 길을 걸을까? 냉전 당시의 미소 치킨게임과 오늘날의 미중 치킨게임은 몇몇 차이가 있어 보인다.
첫째, 냉전 당시의 소련과 달리 오늘날 중국의 파워가 상당한 수준이란 사실이다. 냉전 당시 소련의 GDP가 미국 GDP의 1/3을 넘는 경우가 없었지만 오늘날 중국의 GDP는 미국의 GDP의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계산 방식에 따라서는 미국의 GDP를 추월했다고 한다.
둘째, 냉전 당시 미국을 포함한 G7 국가 등 자유진영의 세력이 소련 중심의 공산 진영과 비교하여 막강했다면 오늘날 중국을 포함한 BRICS의 세력과 자유 진영의 세력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셋째, 냉전 당시 미국은 소련을 정치 경제 군사 등 전 방위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압박과 협력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넷째, 냉전 당시 소련과의 패권경쟁을 미국이 주도했다면 오늘날 미국은 이 같은 경쟁과 관련하여 우방국의 협력에 대거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우방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는 이 같은 성격일 것이다.
미중 치킨게임에 따른 피해 최소화해야
이들 이유로 아태지역에서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오늘날의 미국과 중국의 치킨게임은 냉전 당시의 미국과 소련 치킨게임과 달리 예측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미중 패권경쟁의 최첨단 지역에 자리잡은 한국은 미중 치킨게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