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디지털치료

개인 ‘맞춤형 치료’ 앞당기는 디지털치료제 성장

2025-07-01 13:00:01 게재

정신-재활 분야 진료 ‘충분성’ 높이는 제품 개발 이어져 … “탄력적 보험 적용으로 산업 지원해야”

국내외에서 기존 약물 등 치료제와 다른 디지털 기법의 치료제 개발이 확산돼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 관리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기법이다.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치료방법을 제공한다. 기존 화학생물학적 치료제와 달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환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환자의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임상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다. 미국 식품의약국, 유럽의약품청, 우리나라 식약처 등에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흔한 웰니스용으로 만들어진 건강관련 앱 등과는 차별된다. 국내외에서는 주로 정신건강, 만성질환, 신경과 질환 위주로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점차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관련해서 6월 24일 본지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함께협회 회관에서 디지털치료제 업체들을 만나 관련 제품과 개발과정 그리고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14조5000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치료제에 시선이 모아진다. 최근 국내에서 정신-재활 분야 진료 ‘충분성’을 높여주는 제품 개발이 이어지면서 의료 수준을 높이고 의료비 감소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은 디지털치료제를 정식으로 의료용으로 인정함에 따라 ‘처방형’ 디지털치료제의 보험적용 범위도 확대돼 성장 속도도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디지털치료제는 처방형 디지털치료기기라고 보면 된다”며 “의료의 영역에 들어 있어 치료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해서 흔히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 웰니스 제품들과는 차별된다”고 설명했다.

노혜강 웰트 부대표는 “임상-식약처 허가- 수가 적용 등을 밟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약개발하는 것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며 “국내는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슬립큐‘ 사진 웰트 제공

◆정신건강 디지털제약사로 발전하는 웰트 = 웰트는 ‘디지털제약사’를 표방하고 있다. 노 부대표에 따르면 웰트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시작해 초창기 2016년 삼성전자의 6억원 투자를 받아 분리 독립했다.

웰트는 ‘정신건강 분야’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허가 디지털치료제 8개 중 2개를 허가받았다.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인 ‘슬립큐(SleepQ)’와 신경성 폭식증 디지털치료제다.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디지털치료제다.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사용자 행동 변화를 유도해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만성불면증에 6주 동안 활용된다. △수면 위생 △수면 제한 △자극조절 △인지재구성 △이완 요법을 적용한다. 수면 위생은 호흡조절, 점진적 근육이완, 심상 훈련, 마음 챙김 등 신체 정신적 이완을 준다. 수면 제한은 잠자리에 누워 있는 취침 시간을 제한해 수면 효율을 높인다. 자극조절은 조건화된 각성을 깨고 침실을 다시 수면과 연관시킨다. 인재재구성은 왜곡된 인지로 인한 불면의 악순환을 끊는다. 이완요법은 습관 환경적 요인을 개선해 건강한 수면 습관을 형성하고 권장한다.

임상시험 결과, 수면 효율(Sleep Efficiency)이 15.1% 향상됐다. 기존 해외 약물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부작용이 적은 대안으로도 평가된다.

노 부대표는 “수면제는 부작용도 있고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를 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하는 치료를 6주, 9주에 거쳐하는 치료를 압축하고 인공지능이 보조적 역할을 해주면서 상담도 도와주니 환자의 접근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사 입장에서도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시간적 비용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에버엑스가 개발한 다학제적 근골격계 디지털치료제 '모라큐어' 사진 에버엑스 제공

◆AI기반 근골격계 재활 기술 스타트업 에버엑스 = 에버엑스는 “모든 이들의 맞춤형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젼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에버엑스는 2019년 설립됐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윤 대표는 재활운동치료가 치료의 중요한 한 축임에도 치료 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재활운동치료의 낮은 수가와 세계인구의 1/3이 환자군일 정도로 1대 1 대면으로 진료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환자는 매일 매주 운동치료를 해야 하지만 생업을 하느라 병원 방문이 어렵다. 영상물을 보고 따라 하기 힘들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의사는 환자가 잘 운동하는지 모니터링할 방법이 없다. 수술이나 약물보다 수익이 적다. 환자를 맞춤형을 가이드하기 어렵다.

윤 대표는 이러한 재활운동치료의 낮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기반 근골격계 재활 기술’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근거기반 모발일 재활운동 플랫폼 ‘모라엑스(MORA Ex)’, AI자세추정 기술을 활용한 동작분석 의료기기 ‘모라뷰(MORA Vu)’, 임직원 근골격계 건강관리 솔루션 ‘모라케어(MORA Care), 다학제적 근골격계 디지털치료제 ’모라큐어(MORA Cure)’ 등이 있다.

모라큐어는 개인화된 재활운동과 정신건강학과 전문의가 직접 설계한 ‘인지행동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한다. 8주간 개인 맞춤형 재활운동치료와 질환 부위에 특화된 전문적인 재활운동을 제공한다. 모바일 앱 기반으로 시간 장소 제약없이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환자 입력값에 기반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 모듈을 제공한다.

지난해 식약처의 근골격계 분야 최초로 디지털치료기기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통증 8주 37%, 12주 58% 감소와 근력향상 그리고 재활치료 순응도 80% 등 결과로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윤 대표는 “모라큐어는 올 연말부터 처방 가능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만성 허리통증 치료제품군에 대해 임상시험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윤찬 에버엑스 대표 사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제공

노혜강 웰트 부대표 사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제공

◆글로벌 진출 기술력 갖춰, 정부 지원 타이밍 중요 = 각 국가에서 허가받은 디지털치료제는 2024년 10월 기준 미국은 37개, 독일은 56개, 영국에서는 20개가 출시됐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제약사뿐만 아니라 헬스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하다.

이런 국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는 “근골격계 통증은 개인 맞춤형을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설문 기반 알고리즘과 AI를 통한 동작 분석을 같이 함으로써 기능적 차별성을 갖고 있다”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치료와 달리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되는 장점이 있다. 노 부대표는 “독일의 앱들은 1년에 두세번 업그레이드하면 잘 하는데 저희 제품은 한달에 두세번을 업그레이드를 한다”며 “스타트업 정신을 갖고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실제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사용률을 높였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사용자 이탈율은 2% 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에버엑스는 미국시장에서의 ‘원격 재활 모니터링 솔루션’ 진출 계획이 있다. 2023년 에버엑스의 미국 제품이 FDA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됐다. 현지 물리치료센터와 1차의료기관에서 재활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면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그리고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상용화된 디지털치료제가 없는 일본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웰트는 독일을 교두보로 유럽 주변 나라로 확장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독일 현지 병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공공보건 등재되는 게 목표다. FDA가 약과 소프트웨어를 같이 처방하는 제도를 밝힌 바 있어 미국 시장도 놓칠 수 없다. 회사의 신경성 폭식증 디지털치료제를 비만치료제와 연계하는 전략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한편 디지털치료제 개발업계는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탄력적 수가 적용 △비대면진료 활성화 △허가-신의료기술 평가-수가 결정과정의 보다 신속한 통로 마련 등을 새정부가 추진하길 희망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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