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군사독트린은 ‘원샷-원킬’
장기전보다 정밀 타격 선호
‘우크라전’ 등 효과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의 ‘끝없는 전쟁’을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의 군사 전략은 완전한 고립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이란의 핵 시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습은 그의 임기 중 가장 대담한 군사 작전인 동시에 트럼프 특유의 짧고 강력한 군사 개입 방식을 보여줬다고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이 분석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의 연속된 공습으로 이란의 방어 체계가 약화된 틈을 타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지하 농축 시설에 3만 파운드 규모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트럼프는 이 작전을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한 단발성 조치”로 규정하며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부정했다.
애틀랜틱은 이러한 접근이 트럼프의 군사철학을 요약하는 ‘원샷-원킬 독트린’이라 불린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첫 타격을 통해 결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장기적 군사개입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전임 대통령들이 반복된 군사개입을 통해 성과를 얻으려 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순간적인 충격 효과에 집중한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의 코리 셰이크는 트럼프의 이 같은 전략을 “OK 목장에서 총을 한 번 쏘고 떠나는 것”에 비유했다.
이런 경향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분명했다.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미사일 응징, ISIS 수장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이란 군부의 핵심 인물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예멘 인질 구출 작전처럼 결과가 불확실하거나 손실이 컸던 작전에는 신속히 관심을 접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모자 폭탄’을 투하하고 마약 생산 시설을 폭격했지만 성과가 제한적이자 곧바로 철군을 추진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성향은 군 고문들과도 자주 갈등을 빚었다. 1기 행정부의 국방장관 짐 매티스는 트럼프의 명령을 막기 위해 노력하다 2018년 사임했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의 이란 공격 제안도 무산됐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는 철학이나 전략이 없다. 단기적이고 극적인 행동에 끌린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자문진 구성도 바꿨다. 부통령 J.D.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 차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결정에 대부분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의 존 래트클리프 국장은 정보를 제공하되 정책에 영향은 주지 않는 입장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조언을 듣고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언제나 옳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그의 접근이 즉흥적이지만 억지력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중동 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맥켄지 퇴역 장군은 “이란에 대한 두 차례 타격은 전례 없는 일이며, 그것이 신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독트린은 국제법 질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 우나 해더웨이와 스콧 샤피로는 최근 외교전문채널 ‘포린 어페어스’ 공동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단순히 미국의 전통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을 분쟁 해결 수단으로 복귀시키려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군사적 위협과 영토 강탈 발언들이 켈로그-브리앙 조약 이후 구축된 전후 국제 질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국제법을 수호하지 않게 되면, 다른 강대국들 역시 그 규범을 무시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원샷-원킬’ 독트린은 복잡한 국제 분쟁을 단기간 내 해결하려는 시도다. 이 전략은 지속 가능성보다 당장의 성과를 중시해 장기적 안정이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특히 국제 규범을 경시하는 경향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신뢰도와 글로벌 법질서의 존속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이란과의 갈등이나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문제 해결에 있어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