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반등에 유럽자금 회귀하나

2025-07-02 13:00:04 게재

S&P500, 2분기 Stoxx600지수 대비 초과수익 기록 ··· 연중 수익률도 따라잡아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객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미국 증시의 ‘예외주의’가 끝났다는 전망 속에 유럽으로 몰렸던 글로벌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완화 이후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중 흥행하던 유럽 증시를 따라잡았다.

S&P500 지수는 올해 2분기 10% 상승해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Stoxx600지수(2% 미만 상승)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 조치로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으며 시작된 유럽 중심의 자금 ‘회전(rotation)’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결과다.

퍼트넘인베스트먼트의 셰프 퍼킨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분기에는 과거의 투자 전략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 증시는 올해 들어 여전히 미국보다 소폭 높은 7%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독일이 발표한 1조유로 규모의 국방·인프라 지출 계획 등 호재에도 최근 흐름은 주춤하다. SLC매니지먼트의 디크 멀라키 이사는 “유럽의 문제는 언제나 ‘실적, 실적, 실적’”이라며 “미국 주식은 건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유럽 투자는 독일의 인프라 계획 이행 여부 등 보다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6월 소비자 및 기업 신뢰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예상보다 견조한 고용지표를 내놓으며 경기둔화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미국 증시는 소매 투자자들의 ‘buy the dip’(하락장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붐을 주도한 엔비디아는 지난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피터 틸이 이끄는 팔란티어는 2분기 50% 넘게 급등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빅테크 위주의 편중 현상도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구성 종목을 동등하게 반영하는 대안형 S&P500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형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자산에 집중된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달러는 유로 대비 13% 하락한 상태이며, 미국 국채는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압박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은 과도하며, 다변화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변수다. 미국은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의 90일 유예기간이 다음 주 초 만료되며, 세계 각국과 무역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미국의 성장세 둔화와 유럽의 재정확대가 장기적으로 양측의 주식 수익률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서도 “올해 초 유럽에 대한 기대감은 과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미국이 낙원도 아니고, 유럽이 최악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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