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발업계 ‘차별화’ 경쟁 치열

2025-07-02 13:00:06 게재

나이키·온·데커스·버켄스톡

소비 패턴 변화 속 각축전

미국 신발 시장은 코로나 이후 급격한 소비 변화와 브랜드 경쟁 격화 속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나이키(NYSE: NKE), 온 홀딩스(NYSE: ONON), 데커스(NYSE: DECK), 버켄스톡(NYSE: BIRK) 등 주요 기업들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글로벌 스포츠 vs 프리미엄 패션 vs 기능성 러닝화' = 전통 강자인 나이키는 여전히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3% 감소했으나, 시장 예상은 상회하며 “EPS·EBITDA 모두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실적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2배, EV/EBITDA는 16.3배로 장기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신흥 강자로 부상한 온 홀딩스(On)는 스위스 런닝화 기업으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높지만, 기업가치 대비 수익성은 낮아 PER은 아직 측정이 어렵고, EV/EBITDA는 35~46배로 시장 평균 대비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킹 오브 프러시아 몰에 진열돼 있는 나이키 신발.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데커스(Deckers)는 UGG와 HOKA라는 양극단의 브랜드를 모두 보유한 회사다. HOKA는 러닝화 시장에서 나이키를 위협할 정도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UGG는 계절성 수요에 대응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6.5% 증가했고, EV/EBITDA는 약 10.7배로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2023년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버켄스톡은 ‘독일 감성’ 프리미엄 샌들로 패션 시장을 겨냥하며 고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PER 33배, EV/EBITDA 16~17배로 상대적 고평가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며, 경기 둔화 시 소비 위축 가능성도 있다.

◆‘데커스는 ’저평가, 나이키 ‘관망’, 온·버켄스톡 ‘고평가 경계’= 현 시점에서 투자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종목은 단연 데커스다. 러닝화 HOKA의 매출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PER(약 14.9배)와 EV/EBITDA(10.7배)는 신발 산업 평균보다 낮다. 안정적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비용 효율성도 높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목표주가는 업계 평균 EV/EBITDA(12배)를 적용할 경우 약 120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약 12%의 상승 여력이 있다.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가는 127달러로, 약 23% 상승 여력이 있다.

나이키는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유통망이라는 확고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PER와 EV/EBITDA 모두 업계 평균 대비 고평가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안정과 소비 회복을 확인한 뒤 60달러 초반대 재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온과 버켄스톡은 차별화 전략과 성장 잠재력은 인정되지만, 현재 주가에는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된 상태다. 특히 EV/EBITDA 35배 이상(ONON), PER 33배 이상(BIRK)은 소비 둔화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온라인 매출과 SNS의 확산으로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성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미국 소비 사이클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견고한 수익성과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한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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